샘 쿡이 없어졌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금요일 밤, 아는 분과 대학로 샘 쿡에 들렀더니 불이 꺼져 있고 문에는 은색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웬일인가 싶어 몇 걸음 떨어져서 다시 보니 SAM COOKE 글자 간판도 없어졌고 벽을 장식한 소품들도 없다.

마음 속에 큼직한 돌덩이가 쿵! 하고 떨어진다.

다시 창문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본다. 그믐 밤 숲길처럼 컴컴한 와중에 희미하게 보이는 실내에는 있어야 할 테이블 같은 것들이 다 사라졌고, 오직 어수선하다.

샘 쿡이 없어졌다! 딱 일주일 전에도 나를 맞아주던 곳이었는데.


(2016년 12월14일 밤 11시31분)


샘 쿡의 역사는 적어도 13년이다. 2014년에 낸 직원 모집 광고에서 "샘쿡은 대학로에서 10여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LP MUSIC BAR"라고 소개하고 있다.

내가 안 지는 1년 반 남짓이다. 그 전에는 블루 먼데이 같은 곳을 다녔다. 블루 먼데이가 대학로 영업을 접고 합정역 쪽으로 이사를 간 뒤에 인근 술집들 중에서 인연을 발견하지 못했다.

샘 쿡은 들어갈 때부터 인상이 강렬했다. 실내는 지나치게 어두웠고 그래서 좋았다. 팟을 태운 것 같은 향내가 수상스레 풍기는 것도 좋았고, 음악도 좋았다. 바 의자 5개, 테이블 9개의 적당한 공간도 좋았다. 혼란스럽지만 분위기에는 잘 어울리는 벽장식들도 좋았다. 엘피만 틀어준다고, 판 없으면 못 틀어주니까 안 나와도 잔소리하지 말라고, 또 음악 바니까 소리 너무 크다고 불만하지 말라고 적은 메뉴판도 좋았다.




짦은 기간이나마 추억이 소록소록 쌓인 곳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지다니.

너무도 허무해서 전화를 해봤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전화가 끊겼다. 별관에 전화를 해봤다. (없어진 샘 쿡은 엘피 바인 '본관'이고, 바로 옆 2층에 좀더 널찍한 '별관'이 있다. 두 업소는 관련이 있을 테고 홈페이지도 함께 쓰지만, 주인은 다르다. 나는 별관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없어진 것 맞단다. 지난주 수요일까지 영업하고 닫았단다. 다른 데로 옮긴 것도 아니고 그냥 닫았단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이렇게 나의 세상 또 하나가 불현듯 아프게 무너진다.

※ 10년 전, 샘 쿡에서 직선거리로 15미터 정도 위치의 술집 올맨이 없어진 것을 귀국하여 뒤늦게 발견하고 아쉬워하던 글.


[덧붙임]

문 닫은 뒤의 샘 쿡.





창문의 불빛은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건너편에서 반사된 것이다.

이 사진을 찍은 지 이틀 뒤에는 저 출입구 문에 공사용 베니어 합판이 새로 붙었다. 실질적으로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완벽히 폐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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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8/03/11 19: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3/11 22:3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3/13 19: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3/16 01:4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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