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비유경의 뷰티 배틀 섞일雜 끓일湯 (Others)



동가홍상(同價紅裳), 즉 같은 값이면 다홍 치마라는 말이 있다. 이 말과 관련해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해석을 배제하고 글자 그대로 보면, 값이 같은 여러 옷을 앞에 놓고 구매할 상황에서 이왕이면 곱고 예쁜 것을 골라 산다는 말이 되겠다.

그런데 여기서 주 관심사인 '홍상'에 주목하다 보면 간과하기 쉬운 점이 하나 있다. 예쁜 치마를 고르는 일이 정당화되는 것은 '값이 같으면'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만이라는 것이다. 만일 다홍 치마가 흰색 치마보다 비싸거나 하면 이러한 속담은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로 바꿔놓고 생각해도 괜찮을 듯하다. 이왕이면 멋진 사람, 예쁜 사람이 좋을 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 치마니까. 단, 값이 같은 경우에 말이다.

두 사람이 있어 심성이 똑같이 곱고, 인격이 똑같이 성숙하며, 마음 씀씀이가 똑같이 착하고, 신의롭기가 똑같이 믿을 만하다면, 그렇다면, 그 중에서 외모가 더 잘난 사람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값이 다르면 어쩌시겠습니까.

저런 속담과 지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심성이 나쁘고 인격적이지 않으며 마음 씀씀이가 선하지 않고 신의롭지도 않지만 외모 하나는 내세울 만한 사람에게 곧잘 미혹되고 빠진다. '값어치를 못 해도 다홍 치마'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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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에는 두 여자가 뷰티 배틀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아래 글은 이동형이 옮긴 것을 기초로 했다.)


부처님께서 마가다국 왕사성 영취산에 계실 때, 성 안에 연화라는 몸을 파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워서 마가다국 안에서는 견줄 만한 여자가 없었다. 그러므로 많은 대신 자제들이 연화를 좋아하고 흠모하였다.

어느 날 연화는 허망한 세상사를 버리고 비구니로 출가할 마음이 일어났다. 그녀는 영취산을 찾아가서 부처님에게 귀의하려고 집을 나섰다. 길을 걷다가 흐르는 샘물이 있어 샘물을 먹고 세수를 하였는데, 맑은 샘에 비친 자신을 보니 얼굴은 코끼리 상아처럼 윤기가 있고 굼실굼실한 머리카락은 흑단나무처럼 윤기가 나면서 푸르러서 다른 사람과 비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갑자기 길 떠나온 것을 후회하며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이와 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지녔거늘, 왜 이렇게 아름다운 나를 포기하고 중이 되려고 하는가! 이는 필시 나의 일시적인 감정에 이끌린 탓이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다시 돌아가려고 하였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연화가 제도될 것을 아시고, 연화보다 훨씬 아름다운 절세 미인을 만들어내셨다. 연화가 길에서 이 여인과 마주치자, 자신보다 미모가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에 깊은 사랑과 공경심이 일어났다. 연화가 여인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어떻게 종도 거느리지 않고 홀로 가십니까?"

아름다운 여인은 '성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함께 가자'고 하였다. 두 사람이 길을 걷다 샘물이 흐르는 곳에 이르러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가에 앉아 이야기하던 중 여인은 피곤하다며 연화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는데, 잠시 후에 갑자기 숨이 끊어지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여인은 숨이 끊어지니 한 순간 배가 부풀어 올라 터지면서 배가 담고 있었던 오장육부와 피고름과 똥오줌으로부터 지독한 냄새가 나고, 시체에서 벌레가 기어 나오고, 치아는 썩어 문드러지고 머리카락은 없어지면서 백골만 남더니 이윽고 뼈도 삭아서 몸 전체가 흩어졌다.

연화는 극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한 순간에 더럽게 썩어 없어지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면서 '어떻게 그렇게 아름답던 사람이 이렇게 되는가? 이 사람이 이와 같은데, 난들 어찌 오래 보존하겠는가. 부처님을 찾아뵙고 정진하여 해탈을 이루리라' 하고 바른 마음으로 돌이켜 길을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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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에게는 출가하고 귀의하여 해탈하는 사람이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사람을 만나 사귀는 데에는 그 정도까지 필요하지는 않을 듯하다.

다만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 식언하지 않고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을 취하고 버리지 않는 사람, 피해의식에 빠져 남을 공격하지 않는 사람, 잘못하면 사과할 줄 아는 사람, 상대를 배려하는 심성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이 잘 생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당신의 인생을 훨씬 더 행복하게 하거나 훨씬 덜 불행하게 한다. 인간으로부터 그런 성정을 빼면 남는 것은 물리적인 본질, 즉 미우나 고우나 똑같이 똥을 담아 나르는 자루라는 사실 뿐이다.

살다 보니 그렇게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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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8/03/27 02:0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8/03/28 10:45 #

    잘 이해합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겪도록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부디 저보다는 나으셨기를 바랍니다.
  • 구독자 2018/03/29 10:51 # 삭제 답글

    미디어오늘에서는 뜸하신 이유가 있나요?
  • deulpul 2018/03/30 06:41 #

    물론이죠! 세상에 원인/이유 없이 결과가 있기는 어렵잖습니까. 공지로 말씀드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원하시면 이메일을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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