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said, she said 섞일雜 끓일湯 (Others)

예전에 유학생들이 주류인 작은 도시에 살 때 일이다. 한 유학생 부부가 크게 다투었다. 경찰이 찾아올 정도로 심한 갈등이었는데,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알 정도로 바닥이 좁다 보니 그런 소문이 곧 좍 퍼졌다.

얼마 뒤 이 도시의 유학생 부부들은 모두 일제히 부부싸움을 했다고 한다.

여자들은 모두 그 부부의 아내 입장만을 전해듣고 남편을 나쁜 남자로 보았기 때문이고, 남자들은 모두 그 부부의 남편 입장만을 전해듣고 아내를 나쁜 여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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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에 'he said, she said'라는 게 있다. 'he-said-she-said'라고 한 단어처럼 묶어 표현하기도 한다.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싸움 중 치열하고 격렬하기로 첫째는 이스라엘과 주변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그것이고 그 다음은 갑남과 을녀 사이의 갈등일 것이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정세에 따라 피투성이로 치고박을 때도 있고 숨고르기를 할 때도 있는데, 갑남과 을녀가 싸우는 일은 세계 어디에서나 단 1초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벌어진다.

이런 싸움과 갈등에서 당사자 남녀는 대개 서로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그런 게 없다면 애초에 갈등이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한 측의 일방적인 시각이나 증언, 즉 he-said 혹은 she-said에 기반하여 사태를 보게 되면 편향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옥스포드 사전은 'he-said-she-said'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나 논리가 빠진 일방적인 주장;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각 당사자가 반대되는 설명을 내놓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아래와 같은 설문지가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커플에게 내민다면, 서로의 답은 틀림없이 천양지차가 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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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관련된 어떤 상황에 대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따라서 그도 사정을 잘 모를 게 틀림없는 제3자가 부정적으로 쓴 것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나는 그 사람과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고, 그 사람은 오로지 나의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나를 판단했을 것이다. 그는 내가 겪었던 고통과 상처를 하나도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부끄러운 것이 하나도 없고, 그러나 찾아다니면서 나를 설명할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그 사람은 제3자로서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말이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보다 나에게 더 중요한 게 있다.

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통 덩어리를 손에 들고 있을 때, 아무리 손을 오무려 감추려 애써도 어쩔 수 없이 손가락 사이로 진한 피가 흘러 내릴 때가 있다. 그런 피를 인내심을 갖고 닦아주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내가 흘리는 피를 기꺼이 받아주고 차분히 닦아준다. '정신 차리세요' 모질지 못한 나를 세차게 나무라고, '그래서 그랬을 거에요' 내가 알지 못하던 것들을 일깨우고, '정말 나쁘네요' 내 입에 차마 올리지 못한 말을 대신 해 주고, '당신에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하며 이윽고 응원하여 준다.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귀가 아니라 심장으로 듣는다.

그들은 어떤 결론을 말하여 준다. 나는 그런 결론이 고마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편향된 결론일 수 있다. 내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노력하였더라도, 여전히 he-said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아픈 사람을 어루만져줄 줄 아는 그들의 마음이 고맙다. 이유 없이 떠밀려 벼랑에 선 사람에게는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간절하다. 그것이 양손인지 한 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또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고, 그리로 향하는 문 앞에서 따뜻한 문고리를 잡고 선 나는 울다 일어나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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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8/03/31 17:0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8/03/31 22:31 #

    코끝이 찡해지는 친절한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과분한 말씀이기도 하구요. 아마 저를 아시거나 만난 적이 있는 분이시겠지요? 이 아이디를 쓰는 분으로 제가 아는 사람은 딱 한 분인데요... 공연한 아는 체가 실례가 되지 않았기를 바라며, i님도 늘 좋은 사람들의 배려와 축복 속에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innisfree 2018/04/03 00:50 # 삭제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제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들풀님께서 저를 기억하실까 싶은 마음이 가장 큰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공연한 아는 체도 아니었고 실례는 더욱 아니었습니다.
  • 2018/04/03 13:1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8/04/03 14:24 #

    아이구, 무슨 말씀이세요! 섬세한 마음 씀씀이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요, 하하. 저도 비슷한 과인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는 농담이고요. 정말정말 반갑습니다. 괜찮으시면 이메일 주소 좀 알려주세요. 제 건 저 위 사이드바에 있습니다!
  • 2018/04/05 00:0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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