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도반 박근혜 때時 일事 (Issues)

유명하진 않지만 글쓰기 교육과 관련한 책을 여럿 펴낸 배리 레인이라는 사람은 어떤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자기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할 때, 다시 말해 자기 경험이 가진 가치를 깨닫기 시작할 때, 시험이나 계량적 방식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된다. 그들의 글 안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은 자신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 자신을 긍정하는 끄덕임, 자신감 넘치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 누군가는 그들의 글을 '문체'라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목소리'라고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이런저런 길이로 문장을 늘어놓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열정'이라고 부르겠다. 평생 글을 쓰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이 열정이다.


글쓰기가 스스로를 직면하는 용기라는 말, 그리고 열정이라는 말이 마음에 듭니다.

하나를 더 보태자면 글쓰기는 고독한 열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글쓰기는 대개 아주 외로운 작업입니다. 문학 창작 방식 중에 집단 창작이란 게 있고 여러 필자가 함께 쓰는 논문 같은 것도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라도 개인이 글을 써내려가는 그 순간만큼은 철저하게 고독하게 됩니다.

지독히도 고독한 작업이고, 또 감추고 싶은 자신과 직면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앞에 펼쳐진 노트는, 혹은 모니터는 왜소한 나를 비추고 있는 거울이지요. 그래서 글쓰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백지 앞에서 무력해지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용기로 채워주는 것은 다름 아닌,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순수하고도 원초적인 열정이겠지요.




서로에 대한 격려도 힘이 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약속을 하였지요. 잊으셨나요?

책의 초고든 논문이든 레포트든 블로그든 일기든 소설이나 시 습작이든, 오늘도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쓴 모든 사람에게 뜨거운 동료애를 전한다. 우리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인류 문명의 요체, 문자로 맺어진 동지요 도반이다. (예전에 쓴 글 '바로 오늘 무언가를 쓴 사람')

당신이 여전히 우리 모두의 도반으로 머물러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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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도반은 싫어... 저리 가... :

수감 1년 박근혜 前대통령, 글 쓰는 중… 만화책도 즐겨봐

법조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뭔가 글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책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쓴다는 것은 전해 들은 이야기고 책을 낸다는 것은 모호한 추정일 뿐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뭔가를 쓰고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런 것 말고는 할 일이 없기 때문이죠.

모쪼록 박근혜가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를 갖고 무언가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이명박의 회고록이나 전두환의 회고록 같은 게 나올까봐 하는 얘기입니다. 이명박 회고록이 나올 때 회자되었던 조지 오웰의 말이 상기되는군요.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것들을 드러낼 때에만 믿을 수 있다.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어떤 자의 삶이라도 그 내면에서 볼 때는 수많은 패배의 연속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과연 자신을 직면할 용기를 갖게 될지, 자신의 수치스러운 부분까지 드러내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설령 박근혜의 노작(勞作)이 거짓과 변명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는 여전히 그가 아무 것도 쓰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조지 오웰이,


그러나, 부정직하기로는 최악인 책이라도 그 저자의 진정한 면모를 의도하지 않게 드러낼 수는 있다.


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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