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회수기 섞일雜 끓일湯 (Others)

예전에 지갑을 잃어버릴 뻔한 일을 겪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무사에 감사하라
평범에 감사하라

오늘도 평범하게 지나갔구나. 아무 일 없는 것이 복이다.

이때는 지갑을 바로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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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회식 자리를 끝내고 혼미해져서 집에 왔는데, 다음날 아침 지갑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에이, 농담이겠지. 인생아, 농담하면 혼난다!'

천천히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좀 아슬아슬하게 챙겨 다니긴 해도 실제로 잃어버리는 일은 거의 없으니 어딘가 있을 겁니다.

는 개뿔, 아무리 뒤져도 없다. 잃어버렸구나! 올 것이 왔다!

인간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지갑이로되,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에 흔한 바이로다. 이 지갑은 한낱 작은 물건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 통재라, 아깝고 불쌍하다.

지갑이 내 손에서 사라진 것은 11년 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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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회식에서부터 귀가까지 어수선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이 많지만... 최대한 복기하면서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1. 회식 장소에는 없다고 합니다. 열심히 명함을 주고받느라 지갑이 계속 들락달락했는데, 여기서 흘린 건 아닌 모양.

2. 끝나고 한참을 걸었는데 길에 흘렸다면 대략 난감.

3. 귀가할 때 탄 택시는 다행히 기사 연락처를 알 수 있어서 전화를 드렸으나, 차에서 발견된 것은 없다고 함.

※ 참고: 택시를 탄 뒤 연락을 할 필요가 있을 때, 1) 카카오 택시는 당연히 연락처가 남고 2) 카드로 계산을 했다면 나의 카드 회사로 문의하면 택시의 카드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국스마트카드를 통해 기사 연락처를 알 수 있다. 3) 현금으로 냈으면 포기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1~3은 제가 기억하는 경로고, 기억되지 않는 경로에서 잃어버렸다면... 잊어버려야겠죠.

카드는 정지 신청을 하고, 주민증운전면허증은 새로 발급 신청을 했습니다. (둘 다 링크한 웹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온갖 잡스러운 프로그램들을 강제 설치당해야 합니다.)

열쇠는 새로 하나 깎아야 하고, 도서관 회원증은 새로 발급받으면 되고...

택시회사에서 분실물/습득물을 담당하는 한 분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지갑에 돈이 들어 있었나요? 돈이 있으면, 많으면 많을수록 포기하시는 게 좋습니다. 돈 없으면 잘 돌아오는데, 돈이 있으면 거의 안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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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오늘 전화가 한 통 걸려옵니다. 카드를 발행한 은행입니다.

"고객님 카드가 분실된 게 발견되어 연락드립니다."

네? 뭐라구요?

제 지갑은 어찌어찌하여 습득물이 되어 한 경찰서의 생활질서계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경찰서로 찾아갔습니다.


많이들 오는 모양이구나...


지갑은 거의 그대로인 채 습득물 분류 봉투에 넣어져 있었습니다. 현금은 당연히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그것 말고는 다 온전히 있다는 게 어디입니까.

직원에게 어떻게 지갑이 발견되었는지 물었는데, 서류에 써 있는 내용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서류에는 새벽 1시경에 제가 통 기억이 없는 어느 길에서 습득하여 파출소로 전달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습득자 인적사항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그 심야에, 지갑을 주워 돈은 뽑고 쓰레기통에 던졌어도 그만인 것을, 고맙게도 굳이 파출소나 경찰관에게 넘겨준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하긴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요즘은 옛날하고 달라. 하루이틀 기다려 봐, 연락 올 거야" 하더만요.

앞으로 그런 말을 좀더 믿기로 하였습니다.

☞ 오늘의 교훈: 와인은 정말 무섭다.


[덧붙임] (4월5일 19:30)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유실물 종합포털'이란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경찰청으로 접수된 습득물을 목록화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습득물의 경우 날짜별/물품별/보관기관별 검색도 가능합니다. 보관 기관에는 경찰서뿐 아니라 지하철역도 일부 포함되어 있고, 택시회사에 보관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분실물을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물건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엄청나군요... 제가 지갑을 잃어버린 날짜인 4월3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발견되어 신고된 지갑은 모두 382개, 4월4일에는 355개입니다. 찾아간 것은 제외되는 것으로 보이므로, 실제 습득물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각 습득물에는 간단한 정보가 붙어 있는데, 습득 장소를 보면 많은 경우 우체통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갑을 발견한 사람이 근처에 있는 우체통에 넣는다는 말이 되겠지요.

어떤 습득 지갑의 내용물 목록에는 현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수가 많지는 않더라도 훈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네요. 심지어 현금이 발견되어 접수된 건수도 4월3일은 117건, 4월4일에는 74건입니다. 발견 장소가 '택시내'라는 항목도 꽤 보이구요.

흥미로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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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8/04/05 16:0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4/05 19:5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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