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능력자 이명박 때時 일事 (Issues)

(사진: 이명박 페이스북)


구속된 뒤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이명박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다고 한다.


ㅁ 국정원 특활비 전용 문제
이미 말씀드렸듯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일이 결단코 없습니다.

ㅁ 다스 소유권 문제
저는 다스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설립에서부터 운영과정에 이르기까지 경영상의 조언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ㅁ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
다스의 소송비와 관련하여 삼성이 관여되어 있다는 주장을 저는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학생 시절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감옥에 갔던 사람입니다. 그 이후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뛰었던 기업인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국민의 지지 속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경제 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습니다.


이명박이 국민을 상대로 내놓는 말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는 다음의 동영상 하나가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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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간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가. 많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그 중 중요한 것은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이미지가 순진한 국민들에게 먹혔다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인! 샐러리맨 출신으로 대기업 사장이 된 기업인! 그에게 나라를 경영하게 하면 대기업처럼 잘 나가는 국가가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여기에는 수많은 함정이 있었다. 이를테면 국가와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이윤 추구가 최고 목표다. 어떻게든 돈만 벌어서 주주들에게 나눠주기만 하면 성공이다. 하지만 국가나 국가 지도자가 이윤 추구만을 목표로 하면 나라는 망한다.

또 이제는 국제 사회에서 'Jaebeol'이라는 한국어를 그대로 쓸 정도로 한국적 현상인 재벌의 성공은 정치 권력의 적극적인 지원과 결탁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국가는 그 누구도 지원해주고 결탁해주지 않는다. 못 잡아먹어서 난리인 게 국제 사회다. 이것은 독점재벌 기업인의 성공이 국가 지도자로서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상식적인 함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권자는 '성공한 기업인' 이미지를 믿었고, 이미 밝혀지거나 제기된 수많은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투표했다. "뭘 보나, 경제를 살리자는데"라는 유머 같지 않은 유머 기억하십니까.

이명박의 대선 도전에서는 도덕성과 능력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했고, 다수 유권자는 능력을 선택했다.

그러나, 도덕성으로 지지되지 않는 능력이란 것이 무엇인가. 결국 비도덕적인 일을 잘 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능력을 지지한다는 것은, 비도덕적인 일을 잘 하도록 맡겨놓고 그 떡고물을 좀 나눠먹자는 비열한 공범 의식이 아닌가.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까지)에게 있어 유능함은 도덕성의 기초 위에 놓여야 한다. 도덕성, 윤리적 감수성의 관문을 통과한 사람에 한해서 유능함과 무능함을 따져야 한다. 도덕성과 능력은 동등하게 경쟁하는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도덕성을 버리고 능력을 선택한다는 것은, 일 잘 하는 도둑놈을 뽑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도둑놈이 능력이 좋아봐야, 남들보다 도둑질을 더 잘 하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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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과 능력을 동치시키고, 어이없게도 그 중에서 도덕성을 버리고 능력을 추구하는 일은 10년 전(2007년, 이명박이 대선에서 당선된 해)에나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이것이 결과주의라는 중병의 한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비루한 조급증은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들을 좀먹는 강력한 바이러스다. 그런 감염의 결과,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결과만을 만들어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여러 윤리적 흠이 발견된 신임 공직자에 대해, 그런 허물보다 직위가 요구하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고방식 같은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에서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지 못한 사람이 남에게 엄격할 수 없다는 교훈이 중요하지 않다.

사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당사자가 누군지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집권 권력에 대해 무조건적 지지를 하다 보니 그런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권력이 수행하려고 하는 '결과'이지, 그 결과로 가기 위한 정당한 과정 같은 게 아니다.

지금은 누구나 진보가 되고 민주 투사가 되고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 이명박을 욕하고 있지만, 이런 바이러스를 퇴치하지 못하는 한 제2, 제3의 이명박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것이다. 괴물을 만드는 것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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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G 2018/04/10 14:08 # 삭제 답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문대통령도 본인, 가족 또는 측근의 과실, 잘못 혹은 비리로 감옥에 가게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저는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이후 몇명의 대통령이 감옥에-더욱 높은 도덕적 잣대로-가게 된다면 이 사회는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될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 deulpul 2018/04/11 19:47 #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기본 원칙이 누구에게나 관철되는 것이 민주 국가이고, 정치 권력자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자질과 품성이 점점 더 높아져 가야 한다는 말씀에는 100% 동의합니다. 지금 우리는 민주 국가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폐습과 부조리들이 일상화된 꼴을 보고 있는데, 그때마다 엄중히 단죄하고 차후의 기준으로 삼아, 국가 정상화로 가는 기간이 되도록 줄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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