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 섞일雜 끓일湯 (Others)

봄날 사흘간 목포와 군산을 다녀왔다. 산에서 내려온 시인, 섬을 건너는 시인, 모든 것이 노래가 되어 나오는 가수, 모든 사람을 화음으로 엮는 가수, 칼로 이 세상을 칼칼하게 그려내는 판화가, 건물만큼 자신의 덕을 공들여 지어온 건축가, 그리고 또... 세상이라는 오지를 헤쳐 자기 길을 내고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분들을 분에 넘치게 만났다.

이틀 밤 동안 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 것 같았다.

가난한 나보다 더 가난하면서도 나보다 몇십 배는 부유한 이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글을 쓰고 노래를 하는 사람들,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람에게 손 내밀 줄 아는 사람들, 이웃과 세상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의 삶은 바로 교과서였다.

선한 이들은 이슬비 솔솔 내리듯 은연히 대화하고 노래하고 시를 읊었지만, 내게는 술 한 순배, 나물 한 젓가락이 모두 장대비 같은 교훈이었다.

해가 넘어가자 초저녁 서녘하늘에 초승달이 샛별과 함께 떠 있었다. 술을 새벽까지 꾸준히 먹었는데도 나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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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기 전 며칠 동안 한 가수의 노래 세 곡을 끊임없이 들었다. 밥을 하면서도 들었고 밥을 먹으면서도 들었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들었다. 더할 수 없는 위안이고 격려여서 끊을 수가 없었다. 세상 모든 중독의 본질은 위안.

목포에서 시인이 서울에 있는 그 가수와 전화를 하다 전화기를 건네 주었다. 나는 좌심방 우심실을 다 열고 두 손으로 받들어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속에서 위안의 그 목소리가 소탈하게 건너와서 고마웠다. 나쁜 사람이 좋은 노래를 쓸 수 없고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없다.

나는 배웠다. 사람이 재산이고 사람이 모이는 마음이 재산이다. 신념과 공감과 겸손과 헌신이 그런 마음을 만들 것이다.

이제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의 시와 산문과 노래를 허겁지겁 읽고 들으며 내가 없는 동안에 벌어진 일들을 뒤늦게 따라간다.


옛 일본 가옥의 구조와 정원을 그대로 두고 실내만 개조하여 만든 목포의 카페.

목포 근대역사관 전시실에 재현된 옛 시가지.



근대 유적들이 남아 있는 목포 시내 안내도. 대개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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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vermarquez 2018/04/21 08:19 # 삭제 답글

    인생 여행. 제목 참 멋지게 뽑으셨습니다.
  • deulpul 2018/04/21 11:41 #

    오래된 초기 DSLR 들고 가서 인생샷도 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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