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파발역 쪽에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으로 가는 길 '북한산로'는 절경이다. 오른쪽으로 치솟은 북한산 주봉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백운대와는 직선 거리로 2.3km, 북한산을 가장 가까이서 포근하게 안고 지나가는 자동차 도로다.

경로로 표시된 곳은 입곡삼거리~송추검문소 구간이다.
이 길은 한때 내가 출퇴근하던 길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사나흘 야근을 마치고 새벽에 김훈 국장을 불광동 집에 데려다주고 가던 길. 당시는 구불구불한 편도 1차선 산길이었고, 드물긴 했지만 장마철 같은 때 많은 비가 오면 내가 넘쳐서 막히기도 하던 길이다. 주변에 군부대가 많은 길이라, 야간 행군을 하는 병사 행렬을 만나기라도 하면 거북이 운전을 해야 했던 곳이다.
작년에 이 길을 다시 지나며 상전벽해가 된 것을 알았다. 길은 왕복 4차선으로 넓어졌다. 그 산길 주변 어디로부터 이런 공간을 낼 수 있었는지 경이로웠다.
새로 낸 길에는 벚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은평구 진관동 입곡삼거리부터 송추까지 20리 길이 온통 벚나무다. 하지만 도로의 짧은 내력을 말해주듯, 벚나무들은 아직 어리다.
일 년에 딱 사나흘, 이 여린 벚나무들도 꽃을 피운다. 아직 힘이 약해서인지 꽃은 확 피었다가 빨리 진다. 꽃길이라고 하기엔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북한산 봉우리들이 뒷배를 받쳐주고 있어, 함께 힘을 합쳐 절경을 만들어 낸다.
삼사십 년 뒤에는 전주와 군산을 잇는 전군가도에 늘어선 벚나무들처럼 성장하여 화려하고 풍성한 꽃을 피우겠지. 그때까지 또다른 토건의 삽질이 애써 자리잡은 나무들을 찍어내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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