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미국 핵 정책 미국美 나라國 (USA)

세기의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대를 전환하는 남북 정상회담이 이미 열렸고, 이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를 미국-북한 정상회담이 곧 열린다.

수십 년 냉전의 사슬을 풀어헤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세계 누구에게는 흥미롭게 구경할 이벤트일지도 모르지만,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으로서는 그렇게 편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실감도 나지 않는 전쟁의 기운이 한반도 주변에 시시때때로 넘실거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협상들이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 판이 깨질까 아슬아슬한 마음이 교차한다. 한국 사람 대부분이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북한의 핵을 완전히 뿌리뽑으려고 나서는 것 같다. 그에 더하여 난데없이 폭넓은 '대량살상 무기'까지 언급되고 있다. 세계에서 핵 위험을 제거하려는 의지는 미국과 트럼프의 흔들림없는 신조인 듯하다. 그러나 미국 자신은 계속 핵을 확장하고 있고 미증유의 폭발력을 갖춘 신세대 핵탄두를 개발하기 위해 분주하다.

<뉴욕 타임스> 5월14일자에 실린 기사를 아래 전재한다. (중간제목은 추가.)



1946년 비키니섬에서 이루어진 미국의 핵폭발 시험



핵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미국, 자신은 핵 전력 확장
As U.S. Demands Nuclear Disarmament, It Moves to Expand Its Own Arsenal

By David E. Sanger and William J. Broad

요즘 백악관은 핵 감축과 관련해 극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을 걷어차버렸다. 이란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영원히 포기하도록 하는 새 협상안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그 다음은 북한 지도자와 사상 최초로 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 회담의 내용이다.

하지만 미국의 무기고에 관해 말하자면, 미국의 정책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의 핵 능력을 재생하고 확대하기 위한 시설을 새로 짓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정책이 잇달아 나오는데, 이들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대내외 정책의 모순은 충격적이다. 지난 목요일(5월10일) 저녁, 트럼프가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겠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뒤에,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차세대 핵무기 개발에 핵심적인 시설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서배너 강(Savannah River) 부지에 건설하겠다는 발표를 내놨다.

이 구상은 건설 도중 중단된 핵 시설을 원래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애초 이 시설은 구식 핵무기를 핵발전소용 연료로 전환하여 전기 생산에 쓸 수 있도록 재처리하는 장소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로 나온 발표에 따르면, 문제의 시설은 낡은 핵무기를 정비하여 재생하고 이에 더해 새로운 핵무기 수백 기를 만드는 용도로 바뀐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2월에 발표한 주요 핵 전략 보고서에서, 이러한 정책 변화의 주요 이유로 북한이 "불법으로 핵탄두를 개발할" 능력을 가졌음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주 하원 국방전략 소위원회는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저용량 핵무기를 생산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핵 개발에 대응한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이유였다.

소위원회 의장인 마이크 로저스 의원(공화당, 앨라배마)은 위원회의 결정이 러시아 당국과 벌이는 새로운 무기 경쟁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무기 경쟁이 (그의 표현에 따르면)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치닫는 데"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런 회담은 아직 일정도 잡히지 않고 있다.)

로저스 의원은 "우리 위원회는 러시아가 핵무기에 몰두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놀랍고도 공포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핵 팽창으로 치닫는 트럼프 정부

미국의 핵 재건은 단순히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실제로 시작하기 전에 협상 카드로 써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악관은 각종 성명과 실제 전략 모두를 통해, 그들이 구상하는 핵 감축이란 자신과는 상관없이 특정 상대에 대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자신은 핵 능력을 확장시키면서 다른 약소국에 대해서는 핵을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모순된 정책을 취해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사실 1970년부터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 자체가 이러한 불균형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조약은 당시 아직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하여 핵을 금지하고 있다. (이후 핵을 개발한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는 이 조약에 가입한 적이 없으며, 북한은 탈퇴했다.)

이 조약이 기존 핵무기 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에게도 일정한 역할을 부담시킨 것은 사실이다. 즉 "핵무기 경쟁을 중단하고 핵 군축을 위해" 노력하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군축을 완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지나는 동안, 미국과 러시아 모두는 이러한 약속을 지키는 데 성과를 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일련의 군축 협상에 따라 두 나라가 배치한 핵무기 수는 계속 줄어들었다. 올해 초 기준으로 두 나라가 배치한 핵무기는 1,550기로 한정되었다. 물론 무기 저장고에는 수천 기가 더 준비되어 있지만 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자신이 핵을 확장하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종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 임기가 끝난 뒤 그의 참모 다수는, 오바마가 훨씬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무기를 감축해 나갈 것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배치한 숫자 밑으로 떨어뜨려도 충분히 안전했다는 것이다.

이제 트럼프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핵무기를 재무장하는 작업을 대폭 강화하는 중이며, 또다시 핵무기를 팽창시켜야 할 날이 도래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 뉴 스타트 협정(2010년에 미국과 러시아 간에 체결된 핵무기 감축 협정)이 5년 더 연장되지 않는 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를 제한한 모든 규정은 2021년 2월에 종료된다.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가는 바로 그 때다.

핵무기 플루토늄 연료화 계획 폐기

한편 미국 정부는 앞으로 도래할지도 모를 핵 무장 시대에 대비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서배너 강 계획의 핵심에는, 핵 업계에서 '핏(pits, 씨앗이라는 뜻)'이라고 부르는 것을 생산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은 작은 원자폭탄으로서, 탄두 안에서 폭발함으로써 엄청난 양의 열핵 연료를 터뜨리는 도화선 구실을 한다. 이렇게 발생하는 폭발력은 히로시마를 파괴한 원자폭탄의 1천 배에 달한다.

이러한 핏을 아주 작고도 안정되게 만드는 기술은 핵 시대에 매우 철저히 관리되는 비밀 중 하나다. 핏의 크기는 대부분 자몽 정도다. 이렇게 작기 때문에 열핵 탄두가 작고 가벼워지며, 따라서 장거리 미사일에 쉽게 탑재할 수 있다. 이것은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이며, 다른 여러 나라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이기도 하다.

지난 목요일의 발표는 두 개의 큰 레몬에서 레모네이드를 짜낼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지금까지 핏은 뉴멕시코에 있는 로스 알라모스 병기연구소에서 제조되었다. 이곳은 미국 최초의 핵무기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그동안 심각한 수준의 운영 및 안전 문제를 노출시켜 왔다. 급기야 2015년에 오바마 행정부는 연구소와의 관리 계약을 종료하는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제기된 문제 중에는 핏 생산량을 한 해 80개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점도 포함되었다.

한편 서배너 강 프로젝트, 즉 수톤에 달하는 무기 수준의 잉여 플루토늄을 연료로 재처리해 핵발전소에 공급하려는 계획의 비용은 계속 치솟아 170억 달러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이제 그 프로젝트는 폐기되었으며, 지난 목요일 발표된 두 가닥의 계획으로 로스 알라모스는 생산 부담을 덜게 되었다. 이런 정책은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가 무기를 대량 생산하는 병기 공장이 아니라 과학 연구기관의 위상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새 계획에 따라 로스 알라모스는 매해 30개의 핏만 생산하면 된다. 나머지 50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만들 예정이다. 에너지부와 국방부는 이러한 방침이 "미국의 핵 안보 산업을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음으로써 탄성, 유연성, 중복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이 핵무기 양산으로 회귀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이 이란과 맺은 2015년 협상을 트럼프가 철회하는 이유로 제기한 것 중 하나가 '일몰 규정(sunset provisions,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가해진 각종 규제가 언제 종료될지를 명시한 조항)'이라는 점, 이 규정으로 인해 이란 정부가 미국과 똑같은 일을 벌일 것이라고 말한 점은 시사적이다.

"억지력 초과하는 과도한 핵 능력"

한 해 80개의 핏을 생산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비밀의 장막에 가려 있다. 그러나 미국 핵무기에 탑재될 이러한 플루토늄 연료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열화되어 결국 쓸모없게 되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정당한지는 논쟁거리다. 2006년에 미국 정부의 핵 전문가단은 플루토늄 핏이 예상보다 훨씬 더 수명이 길어서 앞으로 한 세기 이상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비판을 받았다. (기존 핵무기의 유지에 더해) 새 세대 핵 핏을 추구하는 정부의 목적은 국가 안보가 아니라 무력 과시라는 것이다.

핵 확산에 반대하며 미국의 핵 시설을 감시하는 민간 단체인 로스 알라모스 연구그룹의 그렉 밀로 소장은 "어떤 탄두에도 신형 핏이 필요하지는 않다. 당장 재사용할 수 있는 수천 개의 핏이 이미 쌓여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국방부가 발표한 '핵 상황 보고서'는 플루토늄 핏을 생산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또 의회에 대해 저수준의 핵무기 생산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주 열린 하원 군사위원회 전원회의는 이 보고서를 승인했지만, 참석한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반대표를 던졌다.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워싱턴)은 "미국은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문제의 보고서는 이러한 핵 억지력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발을 헛디뎌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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