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감님이 뇌물을 받았어요 때時 일事 (Issues)

'뇌물 혐의'로 현직 판사 검찰 수사

경남 창원의 한 판사가 사건과 관련하여 당사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고를 한 사람은 그의 부인이다.

의혹의 당사자는 부산고등법원 창원 원외재판부 소속 A 판사로, 진정인은 A 판사의 부인이었습니다. 부인은 남편이 사건 관계자에게 유리한 처분을 해주는 대가로 불법적인 금품을 받았고, 가정 폭력도 행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 중인 사건 관계자에게 한 번에 2천만 원을 받았고, 과거에도 출처를 알 수 없는 현금을 100~200만 원씩 가져다준 적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증거라며 금품을 찍은 사진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1.

뇌물을 받은 혐의는 판사 부부의 갈등 와중에 폭로된 것이다. 그런 갈등이 없었다면 수뢰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거꾸로 말해, 이를테면 뇌물을 받고 부부 사이도 좋은 판사들에게는 아무런 일이 없을 것이다.

2.

이것은 일종의 내부 고발인가? 수뢰 혐의가 사실이라면, 배우자임에도 그러한 사실을 드러내어 사법 비리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은 칭송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폭로는 선의나 정의감에서 나온 것이 아닌 듯하다. 또다른 기사에서 그런 점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남편을 신고한 부인 역시 그러한 수뢰의 직접적인 수혜자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현금을 수백만 원씩 가져다 주었다는데, 이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3.

부인이 신고한 때는 3월이고 법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4월이다. 그런데 "사건을 배당받은 창원지검 특수부는 조만간 A 판사를 소환할 예정입니다." 말하자면 신고된 지 넉 달, 수사 의뢰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당사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4.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고 심지어 처벌까지 받더라도 해당 판사에게는 큰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의 선배들이 그런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다음과 같은 일이 있어 왔다.

■ 조관행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 5~6건의 민형사 소송 관련, 브로커로부터 청탁과 함께 1천만 원 상당 이탈리아산 수입 가구, 이란산 카페트 2장(각 3천만 원 상당) 및 현금 5천만 원 등 수수 혐의
- 2006년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으로 구속
- 1심에서 징역 1년
-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 2010년 광복절에 특별 복권
- 현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 손주환 전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 타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대가로 피고인으로부터 5천만 원 수뢰 혐의, 또 자신이 맡은 사건 피고인의 석방을 앞당겨주는 대가로 800만원의 술값 대납케 한 혐의
- 2008년 알선수재 및 뇌물수수로 구속
-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실형 확정
- 현재 서울 서초동 휘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 하광룡 전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 다른 법원의 특허 관련 재판에 관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천500만 원 수수 혐의
- 알선수재로 구속
- 1심에서 징역 1년
-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 실형
- 2010년 광복절에 특별 복권
- 현재 법무법인 윈윈 대표변호사

좀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기 전에 문제가 터져 아쉽지만, 어쨌든 비슷한 길을 간 선배들의 사례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5.

김수천 전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1억7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을 때인 2016년 9월, 당시 대법원장인 양승태는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고, 그 사람이 법관 조직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당혹감은 실로 참담합니다. ... 가장 크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 동안 묵묵히 사법부를 향해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내면서 법관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기를 절실히 기대하고 믿어 온 국민들일 것입니다."

이렇게 가슴 저리는 말을 하던 양승태가 이끌던 대법원이 지금 사법 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을 파다 보니, 그동안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증거를 인멸하고 외부인 사찰을 하는 등, 사악한 정치 조직 못지않은 추태를 벌였음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이런 일을 벌인 법관들은 '가장 근본적인 직업 윤리와 기본 자세'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국민은, 판사 개인이 뇌물을 받은 사건보다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정치 조직이 되려 한 사건에서 더 큰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한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총체적 불신이다. 일관된 여론조사 결과가 잘 말해준다.

2018년 6월 여론조사
- 사법부 판결에 대해 신뢰힌다 = 27.6% / 불신한다 = 63,9%
2016년 여론조사
- 재판 결과는 공정하지 않다 = 70.6%
2013년 여론조사
- 사법 제도를 신뢰한다 = 27%
2010년 여론조사
- 법원을 신뢰한다 = 33.6%

국민 절대 다수가 사법부나 판사뿐만 아니라 재판 결과까지 광범위하게 불신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양승태나 잡아넣고 끝낼 일이 아닌 것 같다.

사법제도를 불신하는 국민의 처지에서 볼 때, 그가 과연 잡혀 들어가서 적절한 처벌을 받게 될지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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