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의 전원을 꺼봤습니다 때時 일事 (Issues)



올해 폭염 기세가 1994년의 폭염을 뛰어넘었다고 한다. 1994년 여름도 그만큼 끔찍하게 더웠다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과거 일들은 대개 우호적으로 기억된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나는 1994년 여름이 특별히 더워서 고생해본 기억이 없다. 내게 그해 여름은 더위보다는 북핵 위기로 인한 전쟁 위험, 그리고 김일성 사망과 그로 인한 조문 사태로 더 기억된다. 북한이 낮 12시에 특별 방송을 한다고 해서, 회사 건물 밖 비상계단에서 라디오로 방송 수신을 하던 기억 같은 것은 생생하다.

내게 폭염 기억이 없는 이유가 짐작된다. 나는 그때 직장 초년병으로서 운전면허도 땄고 새 차도 샀을 즈음이다. 새벽에 집을 나서는 습관 때문에, 온도가 오르기 전에 출발해 에어컨을 켠 차를 타고 직장에 도착한다.

5층 사무실로 올라가면, 외근을 하는 경우를 빼곤 하루종일 시원한 사무실에 머무르며 근무한다. 사무실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갔고, 심지어 추웠다. 낮술을 잘 하는 부장은 점심식사를 하고 오면 늘 에어컨을 최대로 돌렸고, 찬바람을 직빵으로 받는 나는 파티션 위에 단단한 문서 파일들을 압정으로 고정시켜 바람막이로 삼았다.

저녁 늦게 근무가 끝나면 다시 시원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이야 덥긴 하지만, 원래 한국 직장인에게 집은 잠깐 있다 나가는 곳이므로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해 여름은 말할 수 없이 더웠지만, 나는 실제로는 폭염을 체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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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처음 도착해 모든 것이 낯설었을 때. 7월 한여름의 남부 지역이라 무척 더웠다. 아파트를 계약하고 열쇠를 받아 들어갔다. 한국에서 부친 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집은 휑뎅그레한 채로 몇 주를 지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는다. 온도조절기를 조작해도 환기구에서 찬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미련하게도 미국은 원래 그런 줄 알고, 선풍기를 더 사야 하나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틀째 되는 날, 내가 등록한 학과의 한국인 선배가 찾아왔다. 한국에서 신입생이 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새뮤얼 애덤스 식스팩을 들고 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사우나 같은 실내 공기에 기겁했다.

"왜 이렇게 더워요? 에어컨 안 틀었어요?"
"글쎄요. 에어컨 돌려봤는데 잘 안 나옵니다."
"허허... 그럼 빨리 사무실에 가서 이야길 해야지. 여름에 온도 100도 넘는데 에어컨 안 나오면 그건 이머전시(긴급 상황)에요."

다음날 아파트 사무실 가서 이야길 했다. 직원은 깜짝 놀라더니, 곧 사람을 보내 살펴보고 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끔찍한 더위 속에서 이틀을 견디게 한 데 대해 보상도 해 주었다. 첫 달 집세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80만 원쯤 되는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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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 사무실 온도다. 친구에게 이 상황을 말했더니 "뛰쳐나와!"라고 한다. 하지만 어디로 뛰쳐나감?

정부가 전기요금을 손보겠다고 대차게 말은 해놓고 나서, 만지작거리고 조물락거리다 기껏 내놓은 방안은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원래부터 불합리한 차별적 전기요금을 강요당하던 가정용 전기 사용자들은 폭염에 더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나는 이러한 정책을 주물럭거리고 있는 관료들 중 2018년의 폭염을 실제로 체험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자기들이 재난이라고 규정까지 하면서 그런 재난 속에서 헉헉대는 서민의 생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저렇게 한가하고 무심할 수는 없다. 특별히 혜택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수십 년 전에 불합리하게 책정한 요금 체계를 시대에 맞게 정상화하라는 요구인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다.

수전 손탁이 말하듯 타인의 고통을 진정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아무리 입발린 소리를 내놔봐야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업무에 몰입해 있는 세종로나 세종시의 정부청사. 곳곳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한 뒤 업무가 한창 진행중인 사무실의 전원을 순간적으로 모두 꺼 봤습니다! 잠깐은 안 되고 사흘만 그렇게 해 보자. 공공 업무가 사람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만드는지 증명하기는 어렵더라도, 국민이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은 많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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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ㅇㅇ 2018/08/12 14:05 # 삭제 답글

    전형적인 언론인의 일단 만만한 공무원 패고 보자류의 글이네요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21&aid=0003525184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5&aid=0003989743

    엄연한 노동자지만 공무원이니까 아무튼 찜통 속에서 일하면서 삶의 질 망가져보라는 뒤틀린 심보 잘 봤습니다.
  • deulpul 2018/08/12 14:47 #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단어만 보고 글의 취지를 보는 법은 모르시니 안타깝습니다. 당연히 사회의 고통 총량은 적을수록 좋지요. 이 글은 공무 노동자들도 고통을 겪어보라는 것이 아니라, 서민의 삶의 질을 틀어쥔 정책 결정자들이 실제 현장의 상황을 보고 그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만만한 공무원'이 관심 대상이 아닙니다. 정부청사 노동 환경이 비합리적이면 그것도 당연히 고쳐야겠지요.
  • Ryunan 2018/08/13 11:17 # 답글

    글의 취지를 보라고 하시기에는 주제가 좀 애매한 거 같습니다.

    요금 감면이 불만인 사람도 당연히 있겠지만 감면량이 많다 적다 인지 감면 방식이 불만인지 감면말고 다른 형식을 원하는지 등 세부 내용은 없고 그냥 국민들은 불만족 중이라니 해석이 어렵군요.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방안 중 어떤 게 무슨 부작용이 있고 다른 건 어떤 장단점이 있다 는 형태의 분석도 없이 누진제가 불합리한데 폐지하지 않다니 지들이 급하지 않아서 그런거 아니냐 하시면.

    편소에 잘 보고 있습니다만 이번 이야기는 최저임금 천원 올리는 건 나라 망할 일이지만 전기요금 2만원 내리는 건 대책도 아니라던 기사가 연상되네요.

    아니면 박원순 시장 응원하시려고 하셨던 건데 번지를 잘못 짚었나요.
  • deulpul 2018/08/13 11:37 #

    국민의 불만이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관련 여론조사나 국민청원 같은 것을 찾아보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불합리한 차별적 전기요금을 강요당하던 가정용 전기 사용자들" "수십 년 전에 불합리하게 책정한 요금 체계를 시대에 맞게 정상화하라는 요구인데" 같은 말을 썼음에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떤 게 부작용이 있고 어떤게 장단점이 있다는 이야기는 Ryunan님이 잘 분석해 써주시면 고맙게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원순 이야기는 Ryunan님이 번지를 잘못 짚으셨고, 저는 이렇게 남의 주장을 넘겨짚어 아님말고 식으로 딴지 한번 걸어보는 인간들을 혐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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