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 일어나면 되지만 섞일雜 끓일湯 (Others)



5년 만에 인라인을 타러 나갔다. 순전히 천변에 좋은 트랙이 있어서다.

중랑천 산책길과 자전거길 옆으로 인라인 스케이트 트랙이 있다. 공들여 잘 닦아둔 곳인데 거의 무용지물이다. 주말에 부모가 꼬맹이들을 데리고 나와 자전거를 가르치는 정도의 용도로 쓰인다. (우연히 내가 볼 때만 그랬을 수도 있다.) 블레이드를 디디면 덜덜덜거리는 미국 조깅길에 비하면 꿈길이다.

매디슨의 흙먼지가 그대로 묻어있는 스케이트는 아직 쓸 만하다. 간단히 닦고 기름칠을 하고 올라서 보았다.

사실 장비보다는 인간이 아직 쓸 만한지가 더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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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가까이 쉬멘놀멘 하다가 딱 한 번 넘어졌다.

원래 이런 건 넘어지며 타는 것이긴 하다. 배울 때도 넘어져야 배울 수 있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절대 배울 수 없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그래도 봄의 새싹들처럼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면서 배운다. 배우는 과정에서의 전도(顚倒)나 그로 인한 상처는 바로 경험이 되고, 몸은 그런 상처를 기억하고 대응하는 방식으로 길들여지며 요령을 체득히게 된다.

하지만 넘어지는 게 즐겁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이를테면 10대 청소년이 아닌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한 번 넘어진 게 데미지가 상당하다. 한쪽 손목은 욱신거리고(뼈에 이상이 있는 정도는 아닌 듯하다), 다른쪽 팔꿈치는 상당히 까졌다. 만만하게 보고 보호장구를 하지 않은 탓이다. 헬멧은 썼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좋다고 몇십 분 더 하다 왔다. 밝은 데서 보니 상처가 의외로 심하다. 산책삼아 천천히 걸어서 병원 응급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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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물리적 능력은 개개인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20대를 지나면 꾸준히 떨어진다. 그 과정에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 둘씩 순차적으로 생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파쿠르를 하며 붕붕 나르는 스무 살 청년도 언젠가는 보조기를 짚어야 겨우 걸음을 뗄 수 있는 노인이 될 것이다. 그 사이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지와 욕구가 포기나 불능의 얼굴을 하고 차례차례 찾아올 것이다.

너 황소야? 나 최영의야! 하면서 소뿔을 두들기는 무대뽀 정신도 시간의 구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어나는 양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언젠가는 넘어지면 일어날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보호장구를 갖추고 다음주에 다시 한번 나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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