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긴급 기자회견

이제 막 부시의 기자회견이 끝났다. 우리나라나 남의 나라를 가리지 않고 최고 정치 지도자로서 이렇게 혐오스러운 것은 80년대 전두환 이래 처음인 것 같다. 같은 공화당 대통령인 도널드 레이건이나 아버지 조지 부시도 지금의 W 부시만큼 부정직하고 바보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부시는 회견 내내 입술을 계속 핥았는데, 나는 그가 입술을 핥을 때마다 그의 코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특별 기자회견은 최근 3주 동안 이라크에서 격렬한 저항이 벌어지고 미군들의 희생이 급증하면서 이라크 전쟁과 이를 수행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진화할 목적으로 급히 마련된 것이다.

최근의 보도들은 미국 국민들이 점점 더 이라크 전쟁에 회의적으로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시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고 심지어 이라크에 나가 있는 미군들에서조차 동요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진화하려는 목적에 걸맞게, 부시는 처음 걸어나올 때부터 회견 내내, 그리고 회견을 끝내고 들어갈 때까지 자신감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기자들은 9/11에 대한 판단에서부터 최근의 사태에 이르는 동안의 일련의 과정 속에서 부시와 그의 행정부가 잘못이나 오판을 하지 않았나, 그런 데 데한 책임을 느끼지 않는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나, 부시는 잘못을 인정하는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난처한 질문이 나오면 연신 입술을 핥고 말문이 막혀 더듬대기도 했으나 최대한 단호하고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의 메세지는 언제나 그렇듯 단순 명확했다.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이 미국에는 안전을, 세계에는 자유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하며, 이것은 미국의 전통임과 동시에 의무라고 주장했다. 독수리 오형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나는 그가 We are making the world free 라고 말할 때, 그 free 가 자유로운의 뜻이 아니라 공짜라는 뜻으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부시는 이라크에 들어간 미군은 이라크인에게 자유와 안전 security 를 가져다 주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라크 국민 절대 다수는 미군이 제발 자기 마을에 들어와 자기를 좀 지켜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정말 이렇게 믿고 있다면, 9/11 때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기관의 신뢰성을 다시 한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격렬한 반발을 부시는 일부 테러리스트의 난동으로 규정하고, 국제 테러리스트가 이라크로 몰려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 항쟁 때 전두환이 광주 시민의 저항을 외부 불순 세력이 잠입하여 선동한 탓이라고 우긴 것과 어찌 그리 비슷한지 모르겠다.

부시는 9/11에 대응하기 위해 엉뚱하게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라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수많은 테러들을 죽 열거하여 가져다 부쳤다.

북한도 두 번 등장했다. 어디 가겠냐. 하나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미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대목에서 대표 선수로 북한을 등장시켰다. 다른 하나는 미국인이 세계 안전과 평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 해야 한다면서 굶주리고 있는 북한에 식량을 공급하는 미국 시민단체를 언급했다.

급증하고 있는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그들의 죽음이 자유를 위해 싸워온 미국인의 유산 아래 있는 것이며, 그들의 희생을 통해 미국이 더 안전하게 되므로 그 희생은 값지고 보람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미국 국민은 왜 그들의 젊은이들이 남의 나라에서 목숨을 잃어야 하는지 부시가 납득할만한 설명을 여전히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미국인은 이같은 미국의 태도가 오히려 자국에 대한 테러를 불러오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군사적 개입이 앞으로 흔들림없이 계속될 것임을 강조하며, 필요하다면 미군 증파도 망설이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회견 직후 기자들은 1만명에서 2만5천명이 더 파병될 수 있으리라고 예측했다. 한국을 비롯해 외국에 대한 파병 압력이 덩달아 또 고개를 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는 비록 이라크에 민정을 넘기기로 한 6월30일 시한은 지켜질 것이지만, 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기자가, 그의 계속된 밀어부치기를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아 11월에 그가 백악관에서 밀려나더라도 이같은 태도를 계속 유지하겠냐고 묻자, 부시는 미국 국민이 자신과 함께 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곧 선거가 있고, 부시는 이라크에서 밀리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팔루자를 비롯한 이라크 전역에서 총성과 유혈이 끝나기는 상당 기간 어려울 것 같다.

덧글

  • 버들새순 2004/04/20 13:24 # 답글

    첫 문단에 올인입니다...^^
  • deulpul 2004/04/22 05:34 # 답글

    누추한 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말 가만히 보고 있으면 코가 좀 커진 것 같지 않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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