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내리는 눈


그래요... 오월입니다. 잔인한 달 사월이 끝나고, 그렇게 잔인하게 피워낸 꽃이며 잎이 하늘과 땅을 충만한 생명감으로 물들이고, 그런 파릇함이 아름다워 계절의 여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오월입니다.

그러나 이곳의 오월은... 눈으로 시작합니다. 일요일 아침, 흰 눈이 쏟아졌습니다. 겨울에도 보기 드문 소담스러운 함박눈이었습니다. 아직 제 세상의 어려움도 채 겪어보지 못한 파릇한 봄풀과 여린 새 나뭇잎들 위로 한겨울에나 어울릴 낯선 것이 사정없이 내려왔습니다. 지금 한창인 민들레들도 일제히 엎드려 대지에 낮게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생명의 계절에 들판에 날리는 하얀 것들이란 설설 눈이 아니라 하늘하늘 민들레 씨앗이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대기는 차도 대지는 포근하였으므로 눈은 땅에 쌓이지는 않았지만, 한 30분 좋게 왔습니다.

아아... 그래도 역시 계절은 계절. 오후에 햇볕이 팽팽해지면서 시계는 다시 오월로 돌아왔고, 민들레는 풀숲에 묻었던 얼굴을 일제히 들고 해바라기를 합니다.

1986년인가에는 5월 말에도 눈이 왔다고 하니, 가끔씩 뒤늦게 눈도장을 찍고 가는 겨울의 심술을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갈 때를 알고 가는 자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덧글

  • 비안졸다크 2004/05/04 10:00 # 답글

    아아 부럽네요. 부러워요 T_T
  • deulpul 2004/05/04 13:33 # 답글

    엥? 부럽긴요... 여자가 한을 품지도 않았는데도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곳인걸요. 저기 사진은 우리집 뒷뜰이 아니라 (그러면 오죽 좋겠습니까), 아파트 입구의 잔디밭 공터입니다. 흑흑... 저도 우리집이면 좋겠다구요~ 하하~.
  • 알토 2004/05/04 16:22 # 삭제 답글

    이렇게 눈이 왔었던가요? 아침에 서리기운이 있다 했더니 이글하이츠는 분위기 좋았겠습니다. ㅎㅎ 사진 찍을 생각을 하시다니..그 순간 부산하셨을 형 모습이 떠오르네요 ㅎㅎ
  • 우유나무 2004/05/04 20:06 # 답글

    와..어디길래.. 눈이 오나요? ^^
  • deulpul 2004/05/05 01:33 # 답글

    알토: 엉... 자다가 놀라 꼭두새벽(?)에 일어났다니까. 그나저나, 목 좀 안 말라?

    우유나무: 북극입니다. 하항... 체감으로는 그렇고 (웬 엄살) 실제로는 한국으로 치면 중강진보다 더 위, 블라디보스톡 쯤 됩니다, 헐헐-
  • 알토 2004/05/05 15:47 # 삭제 답글

    목 엄청 마릅니다. 날씨도 좋고 야유회나 한번 갔으면 좋겠네요. 금요일 밤이나 이번 주말에 목 좀 축일까 하는데...^^
  • 헤르만 2004/05/05 23:15 # 답글

    블라디보스톡?!!
    아, 정말 눈인가요?
    3월에 내린 폭설만도 신기했는데...
  • deulpul 2004/05/06 22:36 # 답글

    알토: 날 잡자~~ 나(我) 말고 날(日) 말야~.

    헤르만: 네- 녹색을 배경으로 해 날리는 눈이 정말 이색적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버드나무도 벌써 새싹이 다 나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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