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중독된 미국 [1] 미국美 나라國 (USA)

Desperao 님의 블로그 를 통해 알게 된 조엘 안드레아스의 책 <전쟁 중독: 미국은 왜 군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Joel Andreas, 2003, Addicted to War: Why the U.S. Can't Kick Militarism, AK Press) 를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만화 형식으로 된 이 책은 본문 69쪽짜리로 비교적 얇지만, 그 안에 압축되어 실린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 독립으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총칼로 전세계 곳곳의 시민을 압살하면서 이룩한 미국 자본주의의 잔악한 역사가 간명하게 담겨 있다.

이 책 초판은 조지 부시가 일으킨 걸프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92년에 나왔다. 저자는 걸프 전쟁과 그 이전에 미국이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 관한 진실이 미국인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 책을 썼다. 2판은 그 아들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한창 분위기를 잡아가던 2003년 2월에 나왔다. 따라서 3월부터 벌어진 이라크전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제3세계 시민들의 생존을 헌신짝 취급하는 미국의 전쟁 중독증을 알기 위해서 한 사례가 더 필요하지는 않다.

책은 미국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전쟁에 연루되어 왔나,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결과 얼마나 많은 피해가 벌어졌나를 간명하게 짚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흔히 상식으로 알아온 것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책에 실린 놀라운 내용이 근거없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인용된 내용 하나하나에 대한 출처와 근거가 책 뒤에 미주(尾註)로 붙어 있다.

저자는 국제 관계에 대한 미국식 접근, 특히 무력 사용과 관련한 미국식 사고방식을 잘 알려준다. 한편으로는 국제 사회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사회임을 잘 알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미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전세계에 심기 위해 불철주야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순진하게 믿고 계신 분들은 꼭 한번 들여다봐야 할 책이다.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 되었다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은 사 보시기 바란다. 영어 스크립트는 이 곳에 실려 있다.

아마존닷컴에서 이 책에 관해 실린 독자 리뷰를 찾아보니, 22개 리뷰 중에서 19개가 별 다섯 (만점) 이고 3개가 별 하나 (최하) 다. 중간은 없다. 역시 이런 종류의 책은 독자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나보다.

이 책에서 중요한 내용을 간추려 몇 번에 나누어 게재하겠습니다.





미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전함은 전세계 바다를 누비고 있으며 폭격기는 어느 대륙이라도 날아가 폭격할 수 있다. 수십만 미군이 전세계 각국에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2, 3년마다 한번씩 전쟁을 일으켜 전함과 항공기, 병력을 외국에 출동시킨다.

군사 초강대국의 면모를 유지하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데 드는 비용은 엄청나다. 국가 예산을 군사비에 쏟아붓는 바람에 각종 사회복지, 교육, 기타 분야에 쓸 돈이 쪼달리고 있다. 비용은 경제적인 것뿐만이 아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지만 수많은 미군 병사가 목숨을 잃고 있으며, 외국에서 일으키는 전쟁은 곧바로 미국에 대한 증오로 연결되어, 수천의 생명을 앗아간 9/11 테러 공격처럼 미국인의 생명을 위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꾸준히 전쟁을 일으키고 세계 곳곳에 개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13개 주가 뭉쳐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할 당시 미국이 내세운 주장은 모든 국가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독립을 얻자마자, 미국은 다른 민족이 살고 있는 북미 대륙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자기들 (백인) 의 "명백한 운명" 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강변은 바로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살상으로 이어졌다. 미국 군대는 대륙 각처의 원주민 마을을 습격해 그들이 대대로 살아온 땅을 무자비하게 빼앗고 서쪽으로 밀어냈으며,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가차없이 학살했다. 원주민들은 땅과 재산을 빼앗기고 서쪽으로 쫓기고 쫓기다 결국 협소한 보호구역에 갖히고 말았다.

1848년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멕시코가 소유한 영토의 절반 가까이를 강취했다. 멕시코로부터 빼앗은 땅은 유전 같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텍사스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아리조나, 뉴멕시코 전체와 콜로라도, 와이오밍, 캔사스 일부. 현재 미국 영토의 남서부 일대 거의 전부다.

미국 의회는 멕시코의 땅을 빼앗기 위한 전쟁에 "앵글로 색슨의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해서" 라는 억지 딱지를 붙였지만, 사실은 남부 노예 소유주들의 토지에 대한 탐욕과 서부에 널린 금광에 뒤집힌 눈이 그 실제 이유였다.

서해안과 멕시코만에서 더이상 갈 데가 없어진 미국은 이제 "해안에서 해안으로" 을 넘어서, 외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소비를 충당하고도 남는 과잉 생산 탓에 해외 시장을 모색해야 했으며, 미국 국회에서는 미국의 안전과 상업적 발전을 위해 외국 영토가 필요하다면 서슴없이 이를 빼앗아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받아들여졌다.

1898년 미국은 쿠바나 필리핀 같은 스페인 식민지에 눈독을 들이고, 스페인에 대해 전쟁을 선언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이미 자체 세력이 독립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미국은 이를 지원했다. 스페인이 항복하고 물러나간 뒤에도 미국은 이들 나라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한 상원의원은 필리핀은 영원히 미국 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태평양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 그 나라란 바로 미국이어야 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다" 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다양한 인종차별주의 논리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백인은 세계를 지배해야 할 인종으로서, 신이 그들에게 부여한 이러한 사명을 수행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으로부터 선택된 그들만이 야만인들의 나라에 가서 제대로 된 정부를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은 이에 항거했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우던 필리핀인들은 새로운 침략자 미국에 대항해 다시 싸워야 했다. 미국은 저항 세력을 무자비하게 도륙했다. 병사들은 저항하는 이는 하나도 남김없이 불태우거나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필리핀은 패망했으며, 60만명의 필리핀인이 목숨을 잃었다.

1898년에 필리핀과 푸에르토리코, 괌이 미국 식민지가 되었다. 쿠바는 조건부로 독립시켜줬다. 그 조건이란, 미국은 쿠바 안에 해군 기지를 영원히 운영할 수 있으며, 미국 해병은 아무 때나 쿠바에 들어올 수 있고, 쿠바의 해외 정책이나 경제 정책은 워싱턴에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하와이 원주민 정부를 무너뜨리고 이 오염되지 않은 섬에 해군 기지를 세웠다. 해군 기지 주변에는 돌(Dole)과 델몬트의 플랜테이션 농장이 들어섰다. 얼마 뒤 미국은, 콜롬비아 정부가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자는 미국 요청을 거부하자, 파나마를 콜롬비아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군함을 파견했다.

이때부터 미국 해병은 세계 곳곳에 출현했다. 중국, 러시아, 북아프리카,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연안국 곳곳에 미군이 진출했다. 1898년과 1934년 사이 36년 동안 미국이 침공한 것은 쿠바 4회, 니카라과 5회, 온두라스 7회, 도미니카공화국 4회, 아이티 2회, 과테말라 1회, 파나마 2회, 멕시코 3회, 콜롬비아 4회 등이다.

미군은 일단 다른 나라에 들어가면 점령군으로 오랫동안 머물렀으며, 떠날 때에도 친미적인 독재자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그가 자기 국민을 탄압하는 데 쓸 자원까지 물려주고 나서야 떠났다.

미군이 떠난 자리에는 미국 기업이 들어왔다. 이들은 점령국에 미제 물품을 팔기 위한 시장을 건설했을뿐 아니라, 플랜테이션 농장을 경영하고 석유를 파갔으며 광산권을 독점했다.

이들이 점령국에서 현지인들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도록 미국 군인들이 세심하게 돌봐주었다. 파업이나 저항이 벌어지면 즉각 해병이 들어와 진압하였다. 1915년 아이티에서 농민 반란이 벌어졌을 때, 미군은 저항력이 없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항공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했다. 장터에 모여 있던 남자와 여자, 어린이들까지 모두 사살됐다. 모두 5만 명의 아이티인이 죽었다.

한 미군 퇴역 장성은 그의 33년 군 복무가 결국 정유회사나 은행가 같은 미국 거대 자본가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공갈협박단 생활에 지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계속)

덧글

  • 제인 2004/05/13 10:53 # 답글

    아주 좋은 글입니다. 다음글 기대해요. ^^
  • 헤르만 2004/05/13 16:19 # 답글

    나쁜 미국, 아니지... 미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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