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중독된 미국 [4]

* 조엘 안드레아스의 책 <전쟁 중독: 미국은 왜 군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Joel Andreas, 2003, Addicted to War: Why the U.S. Can't Kick Militarism, AK Press) 를 우리말로 옮겨 올리고 있습니다. [1], [2],[3] 은 아래에 있습니다.


제4장: "테러와의 전쟁"

2001년 9월11일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에 대한 끔찍한 테러 공격이 발생한 뒤, 미국의 뉴스 미디어들은 이 사건을 보도하느라 바빴지만, 다음과 같은 민감한 질문을 제기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도대체 왜 미국을 공격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테러 공격의 용의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미국 전폭기들이 9-11의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기 시작했을 때쯤, 오사마 빈 라덴의 메세지가 실린 비디오테이프가 하나 공개됐다. 거기서 그는 9-11 공격을 칭송했으며, 미국에 대한 공격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동기를 매우 명확히 진술했다:

"미국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우리가 지난 수십년 동안 겪은 고통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이슬람 세계는 80년도 넘는 기간 동안 굴욕과 퇴보를 겪어왔다. 우리의 자식들은 살해당하여 그 피가 흘러 넘쳤으며 우리의 성역은 공격받는데도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았으며 아무도 마음쓰지 않았다. 내가 지금 말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죄없는 어린이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은 어린이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미국과 미국인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지 몇마디면 충분하다. 나는 아무런 기둥 없이도 하늘을 떠받쳐 올린 신 앞에 맹세한다. 우리가 팔레스타인에서 안전하게 살지 못하는 한, 또 이단의 군대가 무하마드의 땅에서 모두 떠나고 평화가 내리지 않는 한, 미국과 미국인 역시 안전하게 살 꿈을 꾸지는 못하리라는 것이다."

빈 라덴의 테러 방식을 지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중동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동 지역 사람들 대부분이 미국에 대한 빈 라덴의 증오를 이해하고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중동 지역의 부패하고 독재적인 정부를 지원하는 데 증오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데 증오하며, 군사력과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통해 중동 지역을 지배하는 데 증오한다.

빈 라덴의 테이프가 공개된 뒤 부시 행정부는 텔레비전 방송사들에 지침을 내려, 이 테이프를 방송하는 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그 공식적인 이유는 이 테이프가 비밀 테러 조직에게 전달하는 특수한 암호를 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웃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 테이프의 파장에 대해 더욱 걱정한 것은, 9-11 공격이 미국의 대외 정책, 특히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보복으로 수행된 것이라는 빈 라덴의 명백한 메세지가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었을 것이다.

만일 미국인들이 자기 나라의 해외 군사 개입 때문에 보복을 받고 집안에 앉아서 죽거나 피해를 볼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 그들은 자기 나라가 해외에서 정말 저렇게 열심히 전쟁을 벌여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첨단 신무기를 동원하여, 미국이 공격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어떤 국가도 순식간에 황폐화시키고 기본적 사회 시설을 뭉개버리며, 수천 혹은 수십만 주민을 살해할 수 있음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이러고도 아무런 복수가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빈 라덴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부시 행정부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이 해외 여기저기서 전쟁을 벌이는 데 들어간 진짜 비용은 그동안 감추어져 왔다. 미국인은 국방비를 부담해야 했지만, 적어도 미국인이 죽는 경우는 드물었다. 죽음과 파괴는 모두 외국에서 벌어지는 것이었다. 2001년 9월11일로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 폭력이 미국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9-11 공격은 단순한 보복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또한 도전이기도 한 것이다. 빈 라덴은 미국이 대규모 폭력으로 응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자신을 지지하는 새로운 세력이 속속 그에게 집결하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는 이슬람 세계의 다수 세력을 장악해, 미국과의 성전에 대한 지지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빈 라덴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부시는 빈 라덴이 썼던 것과 똑같은 "선 아니면 악"의 논리를 동원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부시와 그의 참모들은 빈 라덴이 기획한 전쟁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거나, 심지어 그에 참여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9-11 공격은 국방비를 증액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다시 보여줄 절호의 기회였다.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에 포탄을 퍼붓는 것으로 시작됐다. 부시 행정부는 협상을 비롯한 어떠한 대안도 고려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빈 라덴을 용의자로 찍는 증거를 요청했을 때 - 미국이 이 요청을 받아들여 아프간 정부와 협조했으면 훨씬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 부시의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협상은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지금 당장 빈 라덴을 찾아내든가, 아니면 그와 함께 죽어라!

그 결과는 고스란히 아프간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폭격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전쟁은 그렇지않아도 굶주리고 있는 수많은 난민들에게 전달될 구호 물자의 수송을 중단시켰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영원히 알려지지 않겠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 희생자 수가 9-11 희생자의 몇 배에 달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이고 강한 나라의 전폭기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참한 나라 중 하나의 국민들 머리 위로 폭탄을 쏟아붓자, 이슬람 세계 곳곳의 거리마다 반미 시위가 봇물터지듯 벌어졌다. 종교적 급진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이슬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고 나섰다.

전쟁은 중동 지역에서 들끓고 있던 반미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슬람 국가들을 폭격하고 이 위태스런 지역에 미군을 파견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증오를 악화시키고 미국인에 대한 테러를 부채질하는 결과밖에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부시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어쨌든 그는 전쟁을 일으키고 미국을 커다란 위험으로 몰고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테러를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사 빈 라덴을 죽인다 해도, 새로운 후계자들이 미국을 중동에서 축출하려는 빈 라덴의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늘어설 것이다. 폭력의 나선 구조는 점점 악화되어만 가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를 후원하는 미국

테러와의 전쟁이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미국의 자기합리화식 논리는 테러 국가를 응징한다는 명분에 더욱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다. 예컨대 부시는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주는 국가들을 색출해내기 위해서 전세계를 뒤지겠다고 말했다. 아마 그는 그 일을 미국 영토인 플로리다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는 40년 이상 쿠바에서 쫓겨난 추방자들의 작전 기지로 사용되어 왔다. 이들은 든든한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쿠바에 대해 꾸준한 테러 공격을 가해 왔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 1997년 이들은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주요 관광지를 폭파했으며, 2000년에는 파나마에서 피델 카스트로를 살해하려 시도했다. 미국 정부가 이들 테러리스트와 연루되어 있는 증거를 찾기는 매우 쉬운 일인데, CIA와 국방부가 그들을 훈련시켰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쿠바 여객기를 폭파시켜 73명의 목숨을 빼앗은 테러의 주모자 혐의를 받고 있는 루이스 포사다 카릴레스와 올랜도 보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포사다 카릴레스는 베네수엘라의 탈옥수 출신으로, CIA가 지원하는 니카라과의 반군 콘트라스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의 동료인 보쉬는 그에게 걸려 있는 온갖 혐의에도 불구하고 추방당하지 않도록 미국 정부로부터 보호받고 있었다. 보쉬가 마이애미 항구에서 한 배에 바주카포 공격을 가했을 때도,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아들인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압력을 넣어 보쉬의 추방을 막았다. 부시는 보쉬에게 플로리다의 피신처를 제공하는 특별 사면령에 직접 서명했다. 보쉬가 (쿠바 정부와의) 투쟁에 다시 참여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정말로 현 부시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보호하는 나라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면, 그의 다음 최후 통첩은 다음과 같은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이, 동생, 거기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당장 다 잡아들이라구. 그렇지 않으면 내일 마이애미를 폭격할 테니까!

포사다나 보쉬 일당들은 CIA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폭력 집단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탈출자나 전향자를 활용한 CIA의 공작 대부분은 폭파, 암살, 파괴, 준군사적 학살 등의 성격을 지닌, 글자 그대로 테러다. 이러한 활동에 관련된 수많은 비밀 공작원들이 지금도 세계 각처에서 CIA와 손잡고 일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 -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 는 CIA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 이 갖고 있는 이같은 위선적이고 파괴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은 부시와 그의 친구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다. 냉전이 끝난 이래 워싱턴의 관료들은 막대한 재정 적자를 낳고 있는 국방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9-11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부시와 의회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국방 관련 예산을 한껏 부풀리기 시작했다.

2001년 9월11일은 미국의 대외전쟁사에 새로운 장이 열린 날이다. 이로부터 폭력은 지속적이고 폭넓게 확산되었으며, 전쟁의 영향은 나라 밖에서보다 나라 안에 더 크게 나타났다. "조국 안보" 는 시민들의 권리를 자유롭게 침해할 수 있는 슬로건이 되었다. 오랫동안 시민들의 자유권을 수사의 방해물로 여겨온 FBI나 경찰 기관에게는 호시절이 된 것이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억압하는 일도 손쉽게 일어났다. 국방부와 CIA도 전 세계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나 미국의 적으로 간주해왔던 많은 사람이나 그룹은 자기네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이들이었다는 점이다. 넬슨 만델라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새로운 전쟁을 수행하는 데 드는 돈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 의회는, 재정 적자를 감축하고 사회복지 비용을 늘리는 방안을 포기했다. 미국 육해공군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값비싼 새 무기 체계를 구입하는 데 드는 돈을 타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심지어 무리한 계획으로 밝혀진 미사일방어프로그램에 대한 의회의 반대 목소리도 사그라든 상태다. 이 미사일 계획은 세계적으로 막대한 군비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상태로도 미국은 인류 전체를 휩쓸어버릴 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의 잠재적인 핵 목표에서 멀어짐에 따라, 미국은 세계 어떤 나라든 새로운 핵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핵무장에 앞다투어 나서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냉전 종결 이래, 미국은 어떠한 군사 조약이나 군비 축소 협정에도 얽매이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1972년에 제정된 생물학무기 규제 협정을 개정한 새 의정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는데, 그것은 서명 국가들의 생물학무기 관련 시설에 대해 국제 사찰이 이루어지도록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살인적인 분말 탄저균을 비롯한 치명적인 새 생물 변종들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미국 관료들은 이것이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원자폭탄을 이미 두 차례나 실제 전쟁에 사용했고 천연두를 비롯한 생물학무기를 베트남과 쿠바에 투입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운 나라다. 어떤 나라가 미국의 "방어 목적" 을 믿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들 생물학무기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인 자신에게도 위협 요소다. 국방부가 개발한 탄저균이 미국 안의 불순 세력 손에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라.

냉전 시대에 미국은 소련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을 놓고 군비 경쟁을 벌였다. 지금은 아무런 경쟁자가 없는데도 미국은 계속 전쟁을 준비하고 확장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인 미국의 군사비는 그 아래로 25개 국가의 군사비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국이라는 한 나라가 전 세계 군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에 달한다.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