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여우 잡기 비칠映 그림畵 (Movies)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 에 이어, "미국의 조X일보" 로 불리는 폭스 뉴스 채널의 불공정성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여우짓: 루퍼트 머독의 저널리즘에 대한 전쟁> (Outfoxed: Rupert Murdoch's War on Journalism) 가 대통령 선거를 두어 달 남겨놓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 정치와 언론을 다시 들쑤시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8월6일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봉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서 차례로 개봉되고 있다. 극장 개봉 전에는 DVD 와 VHS 로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되었다.

제작과 감독을 겸한 로버트 그린왈드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다국적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폭스 뉴스가 자신들의 모토인 "공정하고 균형 잡힌" (fair and balanced) 과는 달리 얼마나 불공정하고 불균형한 (unfair and unbalanced) 보도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를 고발한다. 폭스 채널의 방영분 부분 부분을 모아 편집한 이 다큐는 폭스 뉴스에 깔려 있는 우익적 편견과 공화당 지지 성향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정 언론 매체를 보다 보면 도무지 열받아서 참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자기와는 견해가 다른 언론이야 그렇다치고,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난 교묘한 여우짓 (outfoxing) 을 보게 되면 짜증과 분노는 구체적인 신체적 반응으로까지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린왈드가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동기도 이같은 짜증과 분노에서 비롯된다. "매 시간 폭스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고통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화씨 9/11> 에 이어, 이 다큐 영화도 영화 관람자들이 관람을 계기로 정치적 연대를 형성하는 "다큐멘터리-촉발형 정치 참여" 현상을 보이고 있다. MoveOn.orgthe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와 같은 진보 단체들은 각 지역에서 관심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모임인 house party 를 전국적으로 수천 개 조직하는 중이다. 다큐멘터리를 매개로 하여 풀뿌리 정치 토론이 조직화되는 새로운 시도가 다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열기에 힘입어, 극장 개봉 즈음인 8월 초에 이 다큐멘터리 DVD 는 아마존닷컴에서 DVD 판매 순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선 정국을 달구는 다큐멘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는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 <부시의 뇌> (Bush's Brain) 역시 8월27일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시에 개봉됐다. 조셉 밀리와 마이클 슈브가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부시의 정치 보좌관 칼 로브가 부시 행정부를 막후에서 좌우하는 진짜 브레인이라고 파헤치고 있다.

또 세 편의 Un- 시리즈, 즉 그린왈드의 또 다른 작품 <폭로: 이라크에 대한 전쟁> (Uncovered: The War on Iraq) 와 2000년 대통령 선거의 부조리함을 고발한 <전대미문: 2000년 대통령 선거> (Unprecedented: The 2000 Presidential Election), 9-11 이후 미국의 기본권 침해를 고발하고 있는 <헌법 위배: 시민적 자유권에 대한 전쟁> (Unconstitutional: The War on Our Civil Liberties) 를 비롯하여, 미국의 거대 언론이 민주주의를 파경으로 몰고 가는 상황을 그린 <오웰, 무덤으로 걸어 들어가다> (Orwell Rolls in His Grave) 등이 줄줄이 이어 상영되고 있다.

이같은 진보 성향의 다큐멘터리 공세를 공화당이나 보수 진영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 다큐멘터리들은 파급력이 만만치 않아서, 대선을 앞두고 미국 국민들의 표심(票心)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무어의 <화씨 9/11> 은 8월 중순까지 모두 1억1500만달러(1323억원) 를 벌어들였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보수 진영에서 맞불 격으로 제작하고 있거나 상영중인 다큐멘터리는 미국적 가치를 다시 강조함으로써 애국주의를 환기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월트 디즈니의 <미국의 심장과 머리> (America's Heart and Soul), <부시의 뇌> 에서 난도질을 당한 부시의 참모 칼 로브가 측근을 시켜 직접 제작하고 있는 부시 홍보 다큐멘터리 <원대한 그림> (The Big Picture) 따위다. <원대한 그림> 은 공화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른쪽에 있는 이 다큐멘터리의 포스터에는 민주당 후보인 존 케리가 오사마 빈 라덴, 사담 후세인과 나란히 늘어서 있다. 병치 (juxtaposition) 를 통해 연관 관계를 각인시키려는 고전적 이미지 조작 수법을 채용하고 있는 이 포스터는 그 자체가 이미 강력한 정치적 메세지인 셈이다. 물론 그 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편 이 다큐는 부시 진영에서 직접 제작된 것이라 불법 선거운동 논란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그동안 뉴스의 시각적 전달 영역은 네트워크와 케이블의 텔레비전 뉴스에 의해 독점되어오다시피 했다.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 매체로 떠오른 다큐멘터리들의 쇄도는 분명히 새로운 저널리즘 현상임에 틀림없다. 특히 진보 성향의 다큐멘터리들은 그동안 독점적인 기존 텔레비전 채널이 간과하거나 왜곡한 사실들을 원래대로 복원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코앞에 닥친 선거와 맞물려 정치적 공방의 한 표현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어쨌든 최근 몰아치고 있는 다큐멘터리 열풍의 성과나 한계에 대한 판단과,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보도 매체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좀더 시간이 지나야 내려질 것 같다.

 

덧글

  • mooni 2004/09/03 05:20 # 답글

    그 중에 최고가 될 것은 SOUTH PARK 팀이 제작할
    Team America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 지아쿨 2004/09/04 01:05 # 답글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혀 모르고 있었던 다큐였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구할 수 있는 경로를 함 알아봐야겠습니다.
  • deulpul 2004/09/06 13:57 # 답글

    mooni: mooni님 덕분에 이 영화에 대해 훑어볼 기회를 가지고, 그 결과를 포스팅해 두었습니다. 정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아쿨: 우리로서는 <화씨 9/11> 보다는 재미가 좀 떨어지지만, 미국 보수 언론의 신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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