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팀 아메리카> 의 의도는? 비칠映 그림畵 (Movies)



얼마 전 미국 대선을 계기로 쇄도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물에 대한 포스팅의 댓글에서 mooni 님이 파라마운트의 새 영화 <팀 아메리카: 세계 경찰(Team America: World Police)> 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아직 알고 있지 못하던 새 영화 소식이라, 이 영화의 홈페이지에 가서 내용을 살펴보다가 대단히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10월에 개봉할 예정인 이 영화는 <사우스 파크> 팀이 만든 인형(marionette) 애니메이션입니다. 내용은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와 흡사한 '팀 아메리카' 라는 세계경찰 팀이 인기 연예인을 스카웃하여 독재 국가에 잠입, 종횡무진 활약하며 대량 살상 무기 거래 같은 일을 막는다는 줄거리입니다.

제가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고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이 영화 시놉시스에서 팀 아메리카가 타격해야 할 적들의 정점에 서 있는 '악의 핵심축' 이 다름아닌 북한과 김정일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우선 나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기 전에, 홍보 사이트 맨 위에 달린 "자유에서 빠진 글자를 되돌려주마" (Putting the "F" Back in Freedom) 란 말을 보고, 이 영화는 틀림없이 미국 사회에서 테러리스트를 잡아낸다는 명목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민적 자유권의 침해를 고발하고 풍자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 에도 등장한 <사우스 파크>의 제작자가 아닙니까. 그러나 홍보 사이트 아래에 불쑥 튀어나오는 낯익은 얼굴, 그것은 김정일이었습니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파라마운트가 올려 놓은 줄거리를 읽으면서, 이 영화가 대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것인지 가늠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가능성은 두 가지였습니다. 1) 이 영화는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이 북한과 같은 테러 세력을 박멸하는 활약을 신나게 그린 활극 애니메이션이다, 혹은 2) 이 영화는 세계 경찰로서 북한과 같은 소위 테러 세력을 박멸한다고 나서서 물의를 일으키는 미국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꼰 풍자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예고편과 시놉시스만을 놓고 볼 때는 전자의 가능성이 훨씬 컸습니다. 다시 말해, 황당한 묘사와 위악적인 줄거리로 온갖 물의를 일으키며, 시리즈 중에서 최악을 기록한 007 제20탄 <다이 어너더 데이 (Die Another Day)> 의 애니메이션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그 영화는 출연 섭외를 받은 한국 배우가 출연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고, 한국 상영 때 관람 거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다른 가능성, 즉 신랄한 풍자 영화라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았습니다. 미디어에서 고도의 풍자를 시도했을 경우, 관객은 제작자가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다시 말해, 풍자로 그렸지만 액면만을 보는 것입니다. 이 <팀 아메리카> 의 경우, 제작자는 풍자를 의도했더라도 관객은 <람보> 나 <007> 에서처럼, 사악한 세력을 처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신나고 멋진 대테러 부대의 활약상만을 보게 되는 것이죠.

어느 경우나, 가뜩이나 왜곡된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편견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해 전, 북핵 문제가 다시 불거졌을 때, 미국 매체의 인터뷰에 등장한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시각, 즉 웬 전쟁광 미친눔(crazy guy) 이 제 동포를 다 굶겨죽이면서 세계 평화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들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하긴 이들은 지도에서 북한이 어디 붙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말입니다.

미국 할리우드의 액션 오락 영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미국의 적을 요구합니다. 90년대 전까지는 물론 소련이 단골이었고, 그 뒤 상대 찾기가 곤란해진 할리우드는 중동과 동유럽의 모호한 테러 세력을 떠돌다, 이제 점점 동아시아의 최약소국 북한을 만만한 상대로 즐겨 찍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그냥 영화, 하하 웃고 재미있게 보면 그만이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1994년에 북한을 폭격하려는 방침을 확정하고, 한국 내 미국인들의 소개 계획까지 서울의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한 나라입니다. 국민 여론으로 대외 정책의 큰 줄기가 만들어지는 미국 사회에서, 국민들이 전혀 잘 알지 못하는 한 나라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될 때, 그들은 이 나라에 대한 폭격이나 공격이나 침략 정책을 얼마든지 손쉽게 승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대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 영향은 어떨 것인지 조심스럽게 유추해 보게 됩니다.

 

덧글

  • mooni 2004/09/06 18:46 # 답글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북한에 호의적인 입장을 가져줄 나라는 없습니다.
    미사일을 만들고 있으면 뭐합니까.
    실제로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습니까.
    사람들을 굶어죽게하는 시스템은 '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한국과 공동 운명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햇볕정책과 통일을 지지하는 것이지
    생판 남이라면 남한 사람이라도 도와줄 생각이 날까요?
    [세상에 순수 민족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사우스파크의 제작자들이 '단순한 액션 활극'을 만들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제작자들이 사탄과 후세인을 G 관계로 만들었는데, 더하면 더했지 덜하리라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거든요.

    ** 제 글에 트랙백 좀 걸어주세요~~ ^^;;
  • deulpul 2004/09/08 08:58 # 답글

    말씀하신대로, 한국과 북한이 일정한 운명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순수하게 제3자의 입장에 설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3자 입장이라는 것도 그 말이 상징하듯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피상적이고 왜곡된 이미지만을 전달하는 것 같아서 드는 걱정입니다. 클린턴 행정부 때인 2000년에 북한을 방문했던 당시 국무장관 올브라이트는 김정일에 대해 "말이 통하는 이성적인 사람" 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아래 김정일은 그저 전쟁광 미친놈일 뿐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는 지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만, 역시 한국과 한국 사람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글을 많이 쓰셔서 트랙백 걸 글을 못찾겠어요~^^)
  • mooni 2007/10/27 02:01 # 삭제 답글

    몇년 후에 찾아와서 이런 댓글 달기는 무안해지지만, 이 영화는 최악이었습니다.
    한국과 북한이 어떠한 관계에 있다는 개인적/사회적인 감상을 빼더라도...
    액션/이야기 전부 말아먹은 최악의 영화입니다.

    행여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있다면 제발 이 영화를 안 보시기를 기원합니다.
    비디오, 아니 HDD 용량이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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