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경험적으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가장 바쁠 때 가장 생산성이 높아진다. 바쁘다는 것은 무언가를 위해 분주히 노력할 때니, 퍼질러 놀 때보다 성과가 많은 것은 당연하겠다. 그런데 그 한 가지 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일들도 함께 효율이 높아진다. 심지어 오래 잊고 있었던 과제의 해결책까지 생각나게 된다. '해야 하는 일'을 해내기 위해서 정신없이 뛰고 있을 때, '하고 싶은 일'들도 덩달아 잘 되는 것이다. 내가 일상에서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는 자잘한 일들은 대부분 몸과 마음이 급하고 조바심칠 때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그 결과, 나는 "어, 그건 시간 나면 해봐야지" 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시간이 나면 그 시간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쓰이기보다, 뚜렷한 목적 의식이 없는 채 시간의 족적을 남기지 않고 무의미하게 흘러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시간이 난다는 것은 주로 허송세월할 시간이 난다는 말이 된다.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은 나뿐만이 아닌듯 하다. 컴퓨터과학자 도널드 커누스(Donald Knuth)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가장 창의성이 높았던 순간들을 꼽는다면, 그것들은 항상 내가 가장 바쁘고 힘든 일정 속에 있을 때 벌어졌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967년은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해였을 텐데, 바로 그 해에 나는 나중에 중요한 아이디어로 평가받는 많은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해에 나는 Caltech에서 가르치는 일 말고도 책 하나의 출판을 앞두고 있었고, 아내와 함께 두 아이를 돌보아야 했으며, 다섯 나라에서 다섯 가지 다른 주제로 강연을 했을 뿐 아니라 잠깐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해서, 실제로 연구에 몰두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짬이 날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만일 그 해에 나의 생활이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면 내가 생산적일 수 있었을까?


이 글에 이어지는 크누스의 추천은, 안락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뛰쳐나와 다락방같이 험한 데에서 온갖 잡무에 시달리는 분주한 환경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이같은 적당한 제한이 오히려 생산성을 극대화시켜준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바쁠 때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머리와 몸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문제 처리 능력이 증대되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어떠한 일을 진행시키면 관성이 생겨서 다른 일까지 함께 속도가 나는 시너지 효과가 생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됐든, 뭔가를 만들어내거나 이루어내자고 하자면 그것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일로라도 바빠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나서 몸과 마음이 한가해지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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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80승200패 2004/09/30 08:28 # 삭제 답글

    심하게 공감하는 글이네요. 시험기간에 철권이 더 잘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까나...
  • 알토 2004/09/30 10:37 # 삭제 답글

    요새처럼 형 눈이 빛나는 걸 못봤습니다. 화이팅~
    그래도 가끔 맥주 생각은 나시죠?
  • esaint 2004/10/01 21:38 # 삭제 답글

    7일째 놀다 보니, 이 글이 진짜 공감이 가는군요. 추석 연휴동안 한 일이라고는 가이리치 DVD 3개, 뉴욕살인사건 DVD 본 거랑, 힐러리의 자서전 1편보고 2편 좀 보다 말고(너무 스스로를 정당화시킨 글을 보다보니 좀 짜증스러워 중지), 소설 다빈치 읽은게 전부군요. 일주일을 다시 돌려주어도 마찬가지겠지요. 늦게까지 영화보다 느즈막히 아점먹고, 텔레비전 보고.. 그러다 보니 벌써 휴일이 끝나가는군요... 10월부터 시작될 숨가쁜 날들을 어찌 보내려나 걱정됩니다.
  • deulpul 2004/10/02 11:32 # 답글

    80승200패: 그건 아마도 시험을 잊어버리고 싶어서 철권(뭘까?)에 미친듯이(죄송) 몰두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나저나 80승 200패는 시험 성적인가요, 아님 철권 성적인가요?

    알토: 엉, 요새 안경을 열심히 닦고 있네... 그 생각 날 때야 딱 정해져 있지. 오늘처럼 가을비 후둑후둑 올 때, 어제처럼 달 휘영청 밝을 때, 운동하고 가뿐할 때, 운동하기 전에 찝찝할 때, 일 잘돼서 상쾌할 때, 일 안돼서 우울할 때... 그러고 보니 잘 때 빼곤 다군그래...

    esaint: 매번 추석 같이 귀한 여가가 생기면 흔히 어딜 다녀오시더니 이번엔 편안하게 쉬시기로 하신 모양이네요. 직장인들이란 누구나 휴일 부족에 허덕이며 살기 때문에, 이렇게 며칠 연휴가 생기면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게 되는 것이지만, 역시 "열심히 일한 당신, 푹 쉬어라" 도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편안히 건강하게 잘 쉬셨으니 이제 좀 바빠도 여전히 잘 버텨내시리라 믿어요-. 댄 브라운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 하이아 2004/10/02 15:16 # 답글

    추석 후유증에 시달리는 제게도 귀감이 될만한 글이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oneshot 2004/10/03 03:38 # 삭제 답글

    조만간 연락 드리겠습니다. 바쁘다는 것은 늘 또 좀 놀아야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 deulpul 2004/10/04 05:29 # 답글

    멀리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 주셨네요. 생생한 취재현장기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포스팅이 적으셔서 늘 아쉽습니다.

    oneshot: 그 말씀에 올인이지만, 정체를 모르는(?) 분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리자니 뭔가 두려움이...ㅎ
  • oneshot 2004/10/04 09:57 # 삭제 답글

    자 ~ 긴장 푸시고... 원샷 들어갑니다. ㅎㅎㅎ
  • 강직 2004/10/07 10:05 # 답글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바쁜 것을 즐기면서 행복해 할 줄 알아야 겠네요.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 deulpul 2004/10/08 05:48 # 답글

    oneshot: 공습을 기대합니다-.

    강직: 정말 바쁘게 사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하루를 강직님처럼 시간 단위로 쪼개 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순간순간마다 노력하신 대로 원하시는 성과를 꼭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 쇠밥그릇 2004/10/29 12:25 # 답글

    "안락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뛰쳐나와 다락방같이 험한 데에서 온갖 잡무에 시달리는 분주한 환경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A-HA!
  • 界王 2004/10/29 14:09 # 답글

    너무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그야말로 정답!입니다.
  • 빠샤 2004/10/29 14:57 # 답글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 addict 2004/10/29 18:18 # 답글

    안녕하세요? 좋은 글이네요.^^ 근데 좀 반항좀 해봤습니다; 하핫..
  • 玄武 2004/10/29 22:38 # 답글

    동감입니다. 바빠야 삶이 활기차지요..
  • savants 2004/10/29 23:11 # 답글

    동감입니다~ 아 그리고 트랙백 해갑니다^^
  • 경이 2004/10/29 23:52 # 답글

    좋은 글 보게 되는군요..
    초면에 염치없이 트랙백 신고합니다..^^;
  • deulpul 2004/10/30 01:41 # 답글

    쇠밥그릇: 두 달 밖에 안남았습니다. 올해 목표 빨리 이루세요-.

    界王: 충분한 휴식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는 경우도 흔하겠지요? 주먹도 뒤로 물렸다가 내뻗어야 더 당차고... 보람찬 하루하루 되시길 바래요.

    빠샤: 시험에서 좋은 성과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믿습니다~!!

    addict: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하는데 효율이 날 리가 없지요. 에구-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고, 그러느라고 눈코뜰새 없이 바쁘면 얼마나 좋을까요.

    玄武: 딴 건 몰라도 블로그는 정말 활기차고 바쁘신 것 같아요, 하하~.

    savants: "아침이 두 번" 도 꽤 매력적인 패턴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침밥도 두 번인가요? 세수도 두 번? 아... 궁금하다... 하하~.

    경이: 역시 하기 싫은 일로 바쁜 건 안바쁘니만 못하겠지요?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 일이라면 잡무라도 신나겠지만,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 바쁘다면 정말 "밥벌이의 지겨움"만 차곡차곡 쌓일 것 같아요. 그렇게 바쁘기보다는 허리 아플 때까지 자는 게 훨씬 즐거운 일일지도...
  • happyalo 2004/11/24 20:39 # 답글

    위로가 되는 글이군요. ^^
    바쁜만큼 생산을 좀 하긴 한 것도 같네요...
  • CN 2005/08/18 20:59 # 삭제 답글

    철권은 버파와 함께 양대 격투 게임이지요 (..)

    그나저나 도날드 크누스 옹께서는 art of computer programming 서적을 완간하실려나요 (..) 나이가 드셔서 걱정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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