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글에서 존칭 의존 명사를 쓰지 않는 이유

일부 블로거들의 존칭어미(님)를 슬래쉬(/)로 대체하기.

저는 제 글에 덧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에게 응답할 때 "님" 자를 붙이지 않습니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도 얼핏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그게 편합니다. 저도 다른 분의 아이디가 한자나 알파벳처럼 직접 쓰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복사해서 붙이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그게 편해서 그렇게 하고, 이제 습관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2) 저는 덧글에서 말씀드릴 분을 지정하는 문패와 같은 역할을 하는 호명에 "님" 이라는 형식적인 의존 명사를 하나 덧붙여 둔다고 엄청난 존경을 표현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덧글과 그 덧글을 달아주신 분들을 고맙게 여기는 마음가짐이라고 봅니다. "아무개님" 이라고 해두고 저열한 인신공격을 주고받는 덧글들도 많지 않습니까.

"님" 을 붙이지 않아도, 이 구석까지 찾아오셔서 일껏 덧글을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님" 이라는 형식적인 호칭과는 비교될 수 없는 몇백 배의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단순한 "님" 이라는 말을 통해 형식적 과잉으로 대치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꼭같은 이유로, 제가 혹시 다른 곳에 덧글을 남기더라도, 그 블로거가 "deulpul님" 이라고 지정하지 않고 그냥 "deulpul" 이라고 지정해도 하나도 이상하거나 기분나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해당 블로거가 저를 평등한 의견 교환 대상으로 생각하여 주고 있다는 생각에 더 기분이 좋습니다. 형식적인 "님" 에서 풍기는, 역시 과잉스럽게 보이는 불편한 존대보다 훨씬 낫습니다. 뭐,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3) 덧글을 시작하면서 받을 분을 명시하기 위해 상대의 아이디를 다시 한번 쓰는 것은, 그 덧글이 누구에게로 가는 것인가를 밝히는 기능 이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봅니다. 편지의 주소와 같은 것이죠. 저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덧글 본문 안에서는 "아무개님" 이라고 밝혀 씁니다. 이것은 상대와 제가 직접 소통하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지정 기능을 하는 첫머리 호칭에 님을 붙일지 말지는 개인의 취향이지, 옳다/그르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 트랙백 글을 쓰신 분은 호칭 뒤에 흔히 붙이는 / 등을 한글 파괴로 보셨습니다. (저는 호칭 뒤에 콜론(:)을 붙입니다.) 통신체에서 쓰이는 형식이고, "님" 대신 썼다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기호는 역시 어떤 분에게 드리는 글임을 명시하기 위한 기능일 뿐입니다. 편지 봉투를 쓸 때 "아무개 앞, 아무개 귀하" 따위에서 "앞" 이나 "귀하" 같은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아무개님 앞" 이라고 할지 그냥 "아무개 앞" 이라고 할지는 역시 자기 취향과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 파괴와 관련해 머리 싸맬 더 급한 문제 -- "님" 을 쓰면서도 벌어지는 기막힌 파괴 (예컨대 "님아-" 따위) -- 가 많다고 봅니다.

아울러, 블로거에 따라 덧글이라는 소통 장치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덧글을 강요(?)하는 분도 있고, 모르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또 어떤 분은 거의 실시간으로 일일이 답을 해주시는 분이 있고, 어떤 분은 "제 블로그는 덧글에 대한 답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고 명시해둔 분도 있으며, 선택적으로 답을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모두 블로거의 취향에 따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뭐, 좀 아름다운 모양은 있을지언정, 옳거나 그른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 그리고, 이 기회를 빌어서, 한 가지 더 밝혀둡니다. 저는 포스팅 본문에서 되도록이면 직위나 존칭을 쓰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부시에게만 그런 게 아닙니다 (하하~). "노무현은..." 이라든가 "조갑제가..." 라든가 "박상륭이..." 식으로 씁니다. 이것은 글쓰기와 관련한 강준만의 주장에 공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끔 "이오덕 선생이..." 하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해당 사람을 사회적 존재로서 보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무형의 관계 속에서 상당한 수위의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봐주시면 됩니다.

제 블로그의 경우... 덧글의 아이디 지정에서 "님" 을 붙이지 않아도, 그때그때 바로바로 답을 해드리지 못해도 (그러나 꼭 한다! 언젠가는...) 덧글을 달아주시는 당신에게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덧글

  • 초하류 2004/11/08 19:59 # 삭제 답글

    블로거의 수준을 논할만한 문제가 아닌것에다 너무 선정적인 제목을 붙여서 분위기가 과열된듯하군요..
  • 젯털 2004/11/08 20:04 # 삭제 답글

    저도 동감입니다. 제목만 지나치게 선정적이었지요.
  • 희야 2004/11/08 20:15 # 삭제 답글

    그렇죠.. 제목이 좀 도발적이었다고 봅니다..
  • 두슬 2004/11/08 20:29 # 삭제 답글

    제목과 덧글, 글의 어투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인정해야 할것입니다. 즉 어떤 사람에게는 이름 뒤에 존칭을 붙이지 않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통신을 잘몰라서 하는 어이없는 소리' 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누구/' 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살리면서, 존칭생략표현에 대한 거부감도 없앨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면, 그걸 사용하는게 더욱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 곽군 2004/11/08 23:05 # 삭제 답글

    화제를 끌려는 의도로 밖에 처음엔 안보이더군요..
  • 비안졸다크 2004/11/08 23:51 # 답글

    뭐, 그런거 일일히 신경쓰기엔 너무도 바쁘죠.

    실제로 아무개님 이라고 쓰는것은 띄어쓰기에 틀린 것이죠. 아무개' '님 이라고 띄어 써야만 하는 것이며, 알면서도 귀찮고 또한 보기에 뭔가 어색한 관계로 한글은 붙이고 영문이나 한자는 띄어쓰기를 하지요.

    저야 덧 글 잘 남겨주시고, 덧 글에 대한 덧 글도 잘만 달아주시면 그런거에 대해서 그다지 별 생각 없네요. 지칭만 해도 솔직히 넷이니까 '님' 이라고 하지 사회생활은 '씨' 일테니까요.
  • 마르스 2004/11/09 09:32 # 답글

    전 아주 단순하게 "/"를 구분하는 용도로만 써왔는데, 관련 원글을 보니 조금 황당하네요. "님"은 쓸때도 있고 안쓸때도 있는 것 같아요.
  • deulpul 2004/11/09 17:06 # 답글

    우선 이 글은 트랙백 글을 비판하자기보다 제 블로그에서 "--님" 을 쓰지 않는 데 대한 설명임을 밝혀두어야 하겠군요. 해당 블로그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해당 글에 덧글로 달아두었습니다.

    초하류: 제 글은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트랙백한 저 글의 제목 자체는 별로 선정적이라 보기 어렵군요. 아마 여러 분들이 "블로거의 수준" 운운을 제목으로 내세운 그 다음 글을 보시고 그런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제목의 선정성... 저도 조심하고 있습니다.

    젯털: 윗글과 동문!

    희야: 윗글과 동문! (원 글에 덧글을 못 다시니 여기서라도 하시는 걸까... 하하-)

    두슬: 동감입니다. "님"을 생략하고 / 만을 쓰는 게 사람에 따라 기분 나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점은 해당 글의 덧글에 달아놓았습니다.

    곽군: 그렇게 보셨어요? 그럴 수도 있지만, 그냥 자기 생각을 거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쓴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특별한 의도 없이 말이지요...

    비안졸다크: 네... 비안졸다크씨(^^) 의견이 정답이로군요.

    마르스: 일... 일관성을 가지세욧!!! 하하-

  • happyalo 2004/11/10 21:56 # 답글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를 전에 보고는 오늘까지 두 번이나 링크해서 언급해놓고(심지어는 다른 블로그 가서 소개까지... ^^;) 막상 다른 건 안 봤는데요... 오늘은 언급한 김에 들어와서 이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 또한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 deulpul 2004/11/11 08:51 # 답글

    인터넷을 믿지 말랬는데, happyalo님 말을 믿을까 말까... 하하~ 링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선물" 을 보니, 저만큼 집요하신 게 아닌가 하는 동병상련을...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