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싫은 "쓰나미"

한 해가 저무는 말미에 동남아에서 대규모 지진과 해일로 큰 희생이 발생했습니다. 이 재난을 보도하는 일부 언론이 줄기차게 "쓰나미"를 써대서 보기가 매우 불편합니다. 왜 해일(海溢)이라는, 비록 한자어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익숙한 말을 놓고 쓰나미라는 낯선 말을 갖다 쓰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예컨대,

쓰나미 피해 원조액 1억 달러 돌파

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 희생자가 5만5천명에 이른 것으로 추계되는 가운데 미국, EU 등 선진 국가들의 원조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쓰나미 피해를 입은 국가는 인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를 비롯 10여개국에 이르며...

유엔은 쓰나미 피해에 겹쳐 이질, 콜레라 등 전염병 창궐로 추가 사망자가 속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쓰나미가 쓸어다 놓은 쓰레기더미에서 풍겨나는 악취 때문에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쓰나미 피해를 본 지역에 구호와 지원의 손길이 몰려들고 있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음)


쓰나미(tsunami)란 말은 일본말 津波 입니다. 항만으로 밀려오는 파도의 뜻인데, 지질학 용어로는 지각 운동에 의해 생긴 파도 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 해일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해일(海溢)[해ː-]ꃃ〖지리〗해저의 지각 변동이나 해상의 기상 변화에 의하여 갑자기 바닷물이 크게 일어서 육지로 넘쳐 들어오는 것. 또는 그런 현상. ≒양일04(洋溢).

제가 보기에 꼭같은 말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해일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고 풍부한 뜻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기를 쓰고 쓰나미란 말을 쓰는 것인가요. wave 밖에는 적당히 표현할 말이 없는 영미권 언론들이 그렇게 쓴다고 그대로 따라 쓰는 건가요? 그럼 왜 "아시아를 어택한 쓰나미 빅팀이 5만5천명에 리치한 것으로 에스티메잇되는 가운데 아메리카, EU 등 어드밴스드 네이션들의 에이드액이 1억달러를 오버했다." 고 하지 않는 겁니까.

우리말이 없으면 모를까, 혹은 우리말과는 다른 뜻을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좋은 말 놔두고 똑같은 말을 외신에서 그렇게 쓴다고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아름답지 않게 보입니다. 혹시 쓰나미와 해일이라는 말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알고 계신 지질 전문가가 계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아래 덧글에서 젯털님과 nyxity님이 쓰나미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려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덧글

  • Jules 2004/12/29 22:30 # 답글

    '지진해일' 정도로 쓰면 적당할 듯 싶습니다. 굳이 '쓰나미'를 쓰고 싶다면, '지진해일(쓰나미)' 도 괜찮겠구요. 적당한 우리말을 두고도 찾아 쓰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질 전문가는 아니지만, 번역으로 밥 먹는 처지에서 들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 젯털 2004/12/29 22:33 # 삭제 답글

    굳이 말하자면 "쓰나미"는 국제 표준어입니다. 해일은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태풍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쓰나미(Tsunami)"는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전세계에서 동일한 의미로 쓰이는 "해저 지진에 의한 지각변동, 또는 지진파에 의한 해일"로 쓰이고 있습니다.

    분명히 이번 해일사태는 쓰나미에 의한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칭하는 국제공용어가 있는데 굳이 일본말이라고 해서 필요이상의 적대감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도 우리나라 말은 아니지요...^^;
  • nyxity 2004/12/29 22:35 # 삭제 답글

    츠나미를 해일이라고 하는 건 태풍보고 '강한 바람' 이라고 지칭하는거랑 비슷한 경우일겁니다. 해일이 더 광범위한 뜻을 담고있지만 정확한 지칭어는 아니죠. 지진해일이란 대체어는 대안이 될수는 있겠지만 기상학에서 이미 표준어로 자리잡힌 츠나미의 공식 한국어 번역어가 마련된 상황도 아니구요. 그래서 언론보도 처음엔 해일로 했다가 츠나미로 바뀌어가는 상황입니다.
  • 가짜집시 2004/12/29 22:51 # 답글

    쓰나미- 의 국문 용어는 '지진해일'이 맞는듯 합니다. '지진해일'로 표기한 논문들도 보이고, 국가 지진 예보 시스템에서도 '지진해일'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문 기사라면 '지진해일' 이라는 말이 정확한 대상을 지칭하는데다 더 알기 쉬운 말이므로 쓰나미 대신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이네요.
  • Jules 2004/12/30 00:56 # 답글

    덧붙이자면, 해외보도에서 초반에 'tidal waves'로 표현했다가 그 후 'tsunami'가 'tidal waves'를 대체했습니다. 바람으로 일 수 있는 tidal waves와 주로 지각변동, 해저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tsunami (- "Tsunami is caused usually caused by underwater earthquake") 는 분명 다르다고 봐야 할 테니까요. (참고: The Japanese characters for tsunami mean "harbor wave," and many people commonly refer to them as tidal waves, but in reality tsunamis have little to do with tides. -> http://www.pbs.org/wnet/savageearth/tsunami).
  • Jules 2004/12/30 00:57 # 답글

    우리 말로도 '폭풍해일'과 구분하기 위해서 '쓰나미, 츠나미'를 쓴 것이라면 '지진해일'이 적절한 우리말 용어라고 봅니다. 물론, 쓰나미가 '지진해일'을 뜻하는 세계 공용어라고는 하나, 일반인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용어가 아니라면 '지진해일인 쓰나미', '지진해일(쓰나미)', 혹은 '지진으로 발생하는 해일인 쓰나미'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미 많은 신문기사는 '쓰나미'에서 '지진해일'로 용어를 변경하고 있구요. 일본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알기 쉽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있다고 봅니다.
  • deulpul 2004/12/30 01:11 # 답글

    Jules: 글을 쓰고 나서 여러 매체 기사들을 좀더 찾아보니 말씀하신대로 "지진해일" 로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젯털: 쓰나미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학술적인 외래 용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공용어(?)로 공인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개의 예를 보면 딱히 무슨 규정 절차가 있다기보다 두루 많이 쓰인다는 게 그 근거가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문제는 외래 학술 용어를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까가 되겠군요. 저는 여전히 표현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이 있다면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학술의 불필요한 권위주위와도 관련있지만, 공간이 없으므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일본말이라고 "적대감"을 보이는 게 아니구요.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는(것처럼 보이는)데도, 고민하지 않고 그냥 쉽게 외래 표현을 달랑 받아먹는 행태에 대해 "혐오감"을 보인 것이었습니다. 영어든 독일어든 마찬가지입니다. "블로그"는 제가 알기로 적당한 우리말이 아직 없는 것 같아서 좋은 예가 아닌 것 같구요. "넌 외래어 안쓰냐?" 이런 딴지는 사양~ 하하-.
  • deulpul 2004/12/30 01:22 # 답글

    nyxity: 친절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해일"만으로는 뜻이 좀 폭넓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해일이 정확하지 않은 (=틀린) 말이 아니라 구체적이지 않은 (=폭넓은) 말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외래 용어를 우리말로 표현할 때, 국제 용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말로 나타낼 수 있는가 아닌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더구나 관련 분야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대중매체에서는 말이지요. 언론에서 해일 대신 쓰나미로 바꾸어가고 있다는 것은 제가 본 것과 다르네요. 네 신문을 들여다봤는데, 한 신문은 아예 일관되게 쓰나미란 말을 쓰지 않고 있었고, 다른 두 신문은 역시 일관되게 맨 처음에만 "지진해일(쓰나미)"라고 하고 뒤에는 계속 지진해일이라고 썼습니다. 본문에 인용한 저 신문에서만 유독 쓰나미를 우리말처럼 신나게 쓰고 있었으며, 이 또한 일관되어 있었습니다.

    가짜집시: 공감합니다.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기저기 전문가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갈수록 글쓰기가 무서워지고 있습니다, 하하-.
  • deulpul 2004/12/30 01:22 # 답글

    또 Jules: 아이구, 메모장에다 답글을 쓰는 동안에 또 올려주셨군요. 제가 궁금하게 여겨서 찾다가 실패한 걸 잘 찾아 주셨네요. 津 요 한자가 다른 뜻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구글 일본뉴스 사이트까지 들여다보며 한참을 헤멨습니다, 하하-. 신문에서 쓰는 말은 제가 찾아본 것이 Jules 님의 결과와 비슷한데, 혹시 nyxity님이 말씀하신 게 곧잘 경망스러운 모양을 보이는 방송 쪽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지아쿨 2004/12/30 14:04 # 답글

    일본색이라면 무조건 질색을 하는 편협한 국수주의자다 보니, 전후사정을 재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쓰나미가 일본어에서 파생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괜히 싫다고 느껴지는군요. 솔직히 제가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어대는 잡식성이면서도, 일본 작가의 것은 왠지 기피하는 못된 버릇까지 있거든요. 암튼 전 지진해일에 한 표 기꺼이 던지렵니다.^^;;

    deulpul님도 부디 건강하시고, 소망하는 일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2005년이 되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deulpul 2004/12/30 19:58 # 답글

    블로그에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보는 일이 흔해서 이젠 아예 자연스럽게까지 느끼는 판인데, 지아쿨님처럼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는 것도 또 놀라운 발견입니다. 지진과 해일로 유명한 나라니까 그 쪽에서 관련 용어가 나와 널리 쓰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뭐, 본인이 싫으면 죽어도 싫은 겁니다, 하하-. 덕담 감사드려요. 지아쿨님도 멋진 한 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무한 인사가 될 조짐...)
  • Hikaru 2005/01/02 01:47 # 답글

    '쓰나미'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진해일'의 의미라고 해도, 막상 일본에서는 '쓰나미'라는 단어 자체를 그렇게 전문용어로만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국제통용어라는 이유를 들어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쓰나미'를 지진해일의 의미로도 쓰겠지만 그저 해일,파도 라는 의미로도 사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뉴스에도 신문에서도 어떠한 주석도 없이 '쓰나미'로만 표기한 것은 정말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예요. 신문이나 뉴스같이 다양한 연령대와 지식계층이 함께보는 것은 명확하고 간단한 것이 더 좋을텐데 말이죠.
  • deulpul 2005/01/05 03:04 # 답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 이 쪽은 또 Hikaru님 전문 분야네요... 언론에서도 초기 혼돈(?)을 거쳐, 지금은 어찌 됐든 저 말이 무슨 뜻으로 쓰이는지는 알 수 있게 보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2010/03/16 12:1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