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의 마지막 날 오후는 고속도로에서 보냈습니다. 요 며칠 동안, 눈은 오지 않더라도 계속 날씨가 흐려서, 사위가 뿌연 채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새 날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닐까 했었는데, 이 날은 어렸을 때 시골에서 보았던 쨍한 겨울날처럼 맑고 밝았습니다.
오후 해가 이울어 지평선 넘어로 넘어가는 때 보니, 정말 오랜만에 서편 하늘이 황금색으로 물들었습니다. 해의 진홍빛 발광이 적당한 양의 구름에 번지고 어우러지면서 그림 같은 낙조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아득한 서녘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한 해가 또 아름답게 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제게는 지난 한 해가 썩 재미있지는 못한 해였습니다. 일은 지지부진했고, 삶은 적당히 심심했으며, 그 사이에서 다만 지치고 피곤하였습니다. 그러나 큰 잘못 없이, 저와 주변에 큰 탈 없이 보낸 한 해였으니 그만으로도 의미 있는 한 해가 아니었나 하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살아갈수록, 그저 흔한 일상이 그저 흔하게 벌어지며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고 있습니다.
2004년 초 새해 인사를 드리면서, 신영복 선생의 글 "나눔 그 아름다운 삶" 을 드렸습니다. 물질 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서도 이웃과 서로 나누고 이해하면서 살아보자는 뜻이었습니다.
이제 당신과 함께 제가 올 한 해 새로 다짐하려고 하는 것도 역시 그의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에 나온 글입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나무에 톱질을 할 때 날이 잘 안먹는 부분이 바로 이 겨울에 자란 단단한 부분입니다. 나무의 자존심, 나무의 줏대는 바로 추운 겨울 바람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테는 곧 성장의 매듭이 형상화된 것이니, 나무는 찬 이슬과 서리 속에서라야 비로소 제 성장의 양을 갈무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이라고 다르겠습니까.
포근하고 따뜻한 환경 아래에서 쑥쑥 자라면서 물렁살을 키우기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 안에서 단단하고 견결한 삶을 내밀하게 가꾸어 나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어려움이 스스로를 살찌우는 거름이 될 것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 내가 하려는 일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아닌가,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서라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가를 잘 살펴 행동하는 한 해가 되기를 당신과 함께 다짐하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후 해가 이울어 지평선 넘어로 넘어가는 때 보니, 정말 오랜만에 서편 하늘이 황금색으로 물들었습니다. 해의 진홍빛 발광이 적당한 양의 구름에 번지고 어우러지면서 그림 같은 낙조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아득한 서녘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한 해가 또 아름답게 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제게는 지난 한 해가 썩 재미있지는 못한 해였습니다. 일은 지지부진했고, 삶은 적당히 심심했으며, 그 사이에서 다만 지치고 피곤하였습니다. 그러나 큰 잘못 없이, 저와 주변에 큰 탈 없이 보낸 한 해였으니 그만으로도 의미 있는 한 해가 아니었나 하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살아갈수록, 그저 흔한 일상이 그저 흔하게 벌어지며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과 함께 제가 올 한 해 새로 다짐하려고 하는 것도 역시 그의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에 나온 글입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나무에 톱질을 할 때 날이 잘 안먹는 부분이 바로 이 겨울에 자란 단단한 부분입니다. 나무의 자존심, 나무의 줏대는 바로 추운 겨울 바람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테는 곧 성장의 매듭이 형상화된 것이니, 나무는 찬 이슬과 서리 속에서라야 비로소 제 성장의 양을 갈무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이라고 다르겠습니까.
포근하고 따뜻한 환경 아래에서 쑥쑥 자라면서 물렁살을 키우기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 안에서 단단하고 견결한 삶을 내밀하게 가꾸어 나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어려움이 스스로를 살찌우는 거름이 될 것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 내가 하려는 일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아닌가,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서라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가를 잘 살펴 행동하는 한 해가 되기를 당신과 함께 다짐하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덧글
하드군 2005/01/01 21:18 # 답글
한국사회 전체로 보면 탄핵 등등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한해였습니다.2005년도가 어느날 갑자기 떨어진 행운처럼 맑은 사회가 되기보다 어려웠던 시기를 발판삼아 더 노력하는 사회가 되길 희망해요.
위 포스트에 있듯이..겨울에도 나무가 자라듯이 말이죠.^^
deulpul님의 좋은 글 공감하고 더 나아갈 수 있는 새해 열어봅니다.deulpul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rustno1 2005/01/01 21:34 # 답글
올 때마다 제 머릿속을 꽉 채우고 돌아갔던 2004년처럼 올해에도 좋은 글로 새롭고 신기하고 유익한 것들 많이 알려주시면 고맙지요. ㅋㅋ
미나토모 2005/01/01 23:17 # 답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올해도 좋은글 많이 올려주시길.
地上光輝 2005/01/01 23:43 # 답글
Hikaru 2005/01/02 01:38 # 답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누드모델 2005/01/02 09:16 # 답글
yaalll 2005/01/02 10:02 # 답글
비안졸다크 2005/01/03 09:08 # 답글
^^ 2005/01/04 00:06 # 삭제 답글
deulpul 2005/01/05 03:58 # 답글
trustno1: 그게 갈수록 행복이라고 느껴진다니까요. 꿈을 점점 잃어가는 탓인지... trustno1님처럼 꿈 많은 분들은 그저 평범한 것에 만족하시면 안돼요! 건강하시고 멋지고 신나는 한 해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미나토모: 서울 방문 재미있게 보내신 것 같네요. 새해 출발이 신나고 재미있었던 만큼 올 한해도 계속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地上光輝: 복 많이 받으시고 큰 발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deulpul 2005/01/05 03:59 # 답글
누드모델: 아, 정말 쓸데없는 일로 입에 거품물고 쓰러지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나는 소식만 주고 받을 수 있게 되기를!
yaalll: 얄님도 건강하시고, 서대문구 일대에도 복이 흰눈처럼 펑펑 쏟아지기를 바랍니다.
비안졸다크: 새해 하루하루 빛나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에구, 염치없다니요. 이곳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님 같은 분들인 걸요. 세상이 보이는 것으로만 존재한다고 믿기엔 너무 커버리기도 했구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원하시는 일들 꼭 이루시는 보람찬 한 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happyalo 2005/01/05 13:09 # 답글
그리고 신영복님의 글과 deulpul님 글 중 바로 아래 문단을 트랙백 걸면서 좀 옮겨갔습니다. 너무 맘에 들어서요. 나무의 자존심이라... 저도 자존심 있는 한 해가 되어야겠네요.
deulpul 2005/01/11 21:31 # 답글